최재경(51) 인천지검장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과 관련한 검찰의 부실 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최 지검장은 23일 오후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하고 24일 오전 일찍 대검에 사표를 제출했다.
최 지검장은 그러나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장인 김회종 인천지검 2차장, 정순신 특수부장, 주영환 외사부장 등 간부 검사 3명의 사표 제출은 반려했다. 대신 남은 유씨 일가 수사와 도피 중인 유씨 장남 대균(44)씨 검거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최 지검장은 불과 이달 초까지도 "도피 중인 유씨 부자를 끝까지 검거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유씨가 이미 6월 12일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숨진 사실이 22일 오전 최종 확인되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더구나 전날 유씨 사망 사실을 모른 채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재청구, 검찰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결과적으로 6월 12일 이후 40일 간 사상 최대의 검경 인력이 동원돼 '유씨 유령'을 쫓은, 볼썽 사나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최 지검장이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23일 오후 언론 브리핑 이후 여론이었다. 지난 5월 25일 순천 별장 압수수색 당시 유씨가 별장 내부 비밀공간에 숨어 있었는데도 놓친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후 검찰을 향한 비난 여론은 최고조에 달했다.
◆ 전날 브리핑 후 여론 악화되자 결심
최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유씨) 수사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라며 "세월호 수사팀 검사·수사관들과 그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썼다.
이어 "저의 업과 부덕이 검찰에 부담을 더한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 아픈데 힘든 시기에 저 혼자 피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서는 "특수검사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 갖고 검찰의 전장을 돌고 돌다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낀다"고 했다.
남은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에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 지검장은 "검찰은 저력이 있는 조직"이라며 "심기일전해 도망간 범죄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책임재산을 최대한 확보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당부했다.
특수통으로 불리며 검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던 최 지검장은 2012년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과 중앙수사부 존폐, 감찰 문제 등을 놓고 정면 대립하며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적이 있다.
최 지검장의 사표 제출을 시작으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문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김무성 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경 수사 지휘 라인의 책임자 문책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