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서 펀드 투자?"
IT금융, 전통 은행업 집어삼킨다…첨단 결제기술에 무지점 은행까지
쇼핑몰에서 펀드 투자를 하고 영수증을 스캔해 이미지 정보만으로 결제를 한다?
한국에선 생소한 금융서비스지만 이미 중국, 영국 등 해외 금융시장에선 새로운 IT기술 기반의 금융서비스가 전통적인 금융업종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예 점포 없이 온라인만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디지털 전용은행의 출연도 임박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등 일부 IT업체를 중심으로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있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의 온라인 금융서비스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최근 인터넷 기업들이 내놓은 온라인 금융상품이 대대적인 반향을 일으키면서 시중 은행들이 금리 인상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할 정도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현지 자산관리회사와 손을 잡고 출시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는 출시된 지 보름 만에 가입자 수가 250만명을 돌파하고서 출시 9개월 만인 지난 3월 8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기간 모집한 자금만 5000억위안(약 83조원)에 달한다.
고객이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구매대금으로 충전한 돈을 위어바오로 돌리면 자동으로 은행 예금과 국채 등에 투자되는 구조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 예금의 두 배인 5% 이상의 수익을 주는 위어바오가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위어바오의 금리는 4%대 중반인 일반 MMF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이 상품이 호응을 얻자 인터넷 게임업체인 텐센트와 인터넷 검색업체인 바이두 등 중국 IT업체들도 대거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텐센트는 국내 '카카오톡'과 비슷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을 통해 유사한 펀드를 선보여 두 달 만에 500억위안을 모집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지급결제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IT 금융서비스 업체들이 급성장 중이다.
포토페이란 업체는 영수증 사진을 촬영하면 계좌명과 번호, 금액이 자동으로 스캔되면서 결제 환경을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9개국에서 제공 중이다.
오프라인 지점을 한 곳도 두지 않고 모바일과 온라인 환경에서 모든 은행 업무를 보는 디지털 전용 은행도 내년 영국에서 출범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전통 금융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온라인 금융서비스의 공습이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숨가쁜 글로벌 트렌드에서 한 발짝 뒤쳐져 있다.
카카오톡 등 일부 IT기업들이 모바일 송금·결제, ATM 앱과 같은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개인정보 보안과 사업자 허가 등 각종 규제의 벽 앞에 가로막혔다.
정부가 앞장서 온라인 금융서비스 업체의 적극 육성을 천명한 중국과 영국 등 해외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IT업체들의 온라인 금융서비스가 성장하면 기존 금융권의 수익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향후 전 세계적으로 이런 기업들의 성장세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시장 진입규제 철폐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