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현대HCN 본사에서 김효섭 영업팀 주임이 자신의 취업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진영 기자 son@
"다른 지원자들도 총은 있으니까, 그것을 능가할 수류탄 하나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김효섭 씨 현대HCN 법인 영업팀 주임
전세계를 뒤덮은 불황에 대기업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군살빼기에 여념없다. 이같은 경제상황은 '취업 빙하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그 가운데 유료방송업계에 당당하게 입사한 2년 차 직원을 만나봤다. 태권도 3단 포함 총 10단의 무술의 달인 김효섭 주임과 해외 봉사 동아리 이끌었던 임주희 CJ헬로비전 지역관리자(RM)가 그 주인공.
특이한 이력에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인터뷰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전적인 결론에 다다랐다. 그건 기본의 충실함이었다. 학점 3점 중·후반, 900점 안팎의 토익점수, 그들이 밝힌 '스펙'은 이색적인 이력 속에 더 빛났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남재호 메리츠화재 대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영업통'이라는 것. 그 출발점에 선 두 사람이 얘기하는 입사 노하우는 무엇일까.
임주희씨는 "입사 지원할 때 위기 상황에 맞설 수 '대담함'을 강점으로 어필했다"면서 "어학연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보따리 장사 등 영업을 경험하면서 직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고 운을 뗏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옷가게 판매원으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방문 판매하는 일도 병행했다. 그렇게 현장에서 고객과 아이 콘텍트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은 그녀만의 자산이 됐다.
김씨도 "고등학교 때 용산 미군기지에서 구두를 판매했다. 영어구사가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해외 유명 축구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며 "외국인이 지나갈 때 축구선수 이름을 던졌다. 호기심이 생긴 외국인은 관심을 보였고 그 관심을 발전시켜 구두 판매로 이어지게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구두 판매 실력을 인정받아 이후 정규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22일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CJ헬로비전 사옥에서 임주희 지역관리자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현장에서 땀 흘리며 그들이 배운 것은 무엇일까?
임씨는 '신뢰'라는 단어로 답을 대신했다.
"모르는 내용을 질문 받았을 때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지 않는다. 대신 '몇 시까지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한 후 원하는 정보를 들려준다. 이런 것들이 모여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고객에게 심어줄 수 있다."
조직에서 돋보이는 존재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대표가 마주칠 때마다 '격투기', '개그맨'이라고 불러 준다는 김씨의 사연은 이렇다. 군인인 아버지는 아들을 강인하게 키우고 싶었다. 태권도로 시작한 스포츠와의 인연은 합기도, 유도를 거쳐 격투기까지 이어진다. 그는 현재 한국 종합격투기 대회 TOP FC 프로 데뷔전 승리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이색 경험은 개그맨 시험을 준비했던 것. 그는 이 경험을 살려 자기소개서의 '특기'란에 유머를 적는다.
"면접을 볼 때 개그맨 준비했던 것을 입사 후 어떻게 접목시키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케이블 지역 RM 부문에 지원했는데 콩트로 가입자를 유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때 남긴 강렬한 인상은 사내 행사의 진행자로 임직원 앞에 서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임씨는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영업사원들이 유료방송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며 "최근 한 친구가 새로 차를 뽑았다고 자랑하는 데 참 뿌듯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유료방송업계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진 않았지만 집에서 케이블TV를 봤다"며 "당시 TV 옆에 있는 셋톱박스도 유심히 보고, 서비스 기사가 방문할 때도 눈여겨 봤는데 그런 관심을 자기소개서에 녹였고 내년 대리 진급심사를 앞두게 됐다. 누락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