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의 도시
넬레 노이하우스/북로드
독일 미스터리의 여왕이자 2011년 우리나라 출판계를 휩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저자 넬레 노이하우스의 데뷔작이 국내에 출간됐다. 이 작품은 작가가 '타우누스 시리즈'로 명성을 얻기 전 낮에는 남편의 공장에서 일하고 밤마다 소설가의 꿈을 키워나가던 주부 시절 수년 동안 매달려 완성한 첫 번째 소설이다. 출판사의 거부로 작가가 자비로 찍어내는 등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타우누스 시리즈의 인기에 다시 주목 받으며 2012년 새롭게 출간됐다.
책의 주인공인 독일 투자은행가 알렉스는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인 후 승승장구한다. 막강한 재력가와 가까워지면서 뉴욕 최상류층의 삶을 누리지만 그 이면에 돈과 권력을 향한 무자비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정하고 부패한 조직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만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 그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뉴욕 시장 닉 코스티디스와 손을 잡고 조직에 맞서며 파란만장한 사건을 겪는다.
이 책은 1990년대 후반 전 세계적인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정재계에 만연한 부정부패, 내부자 거래를 통한 부당 이득, 유령회사, 마피아 조직 등을 담아내며 월스트리트의 냉혹하고 잔인한 면모를 묘사하고 있다. 닉 코스티디스의 '상어가 득실거리는 수조에 뛰어들려면 행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라는 말은 책의 주제를 관통한다.
이 책의 뚜렷한 선악구도와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은 타우누스 시리즈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치밀한 자료 조사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뒤엉킨 심리 묘사는 미스터리 여왕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하다. 특히 평범한 일상을 범죄의 장소로 변모시키며 삶에 무감각해져있는 독자의 내면을 일깨우는 작가만의 필력을 느낄 수 있으므로 작가의 팬이라면 이 데뷔작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