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의 가혹행위가 상세하게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대판 '악마를 보았다'고 표현할 정도다.
군 인권센터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 사망한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부대 소속 윤모 일병(24)의 부대 내 집단 구타 사건의 수사 내용을 발표했다.
30일 군 수사당국은 지난 4월 6일 윤 일병이 내무반에서 만두 등 냉동식품을 먹던 가운데 선임병들에게 폭행당해 쓰러졌고,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 공급이 중단되며 뇌손상을 입고 다음날 결국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 일병이 쓰러진 당일 더 심한 가혹행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한 달이나 윤 일병을 상대로 한 집단구타 사건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인권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이모 병장(26) 등 선임병 4명은 지난 3월 3일 윤 일병이 의무대에 배치되고 2주의 대기시간이 끝나자마자 가혹행위를 시작했다.
선임병들은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마대자루가 부러질 정도로 윤 일병을 구타했으며 폭행을 당해 다리를 저는 윤 일병을 다리를 절뚝거린다며 테니스공을 던지는 등 다시 때리기까지 했다.
연이은 폭행에 힘들어하는 윤 일병에게 링거 수액을 주사한 뒤 기운을 차리면 다시 폭행을 가했다. 심지어 허벅지 멍을 지운다며 윤 일병의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발라 성적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
대답을 똑바로 못한다며 치약 한 통을 먹이기도 했고 개 흉내를 내게 하며 바닥에 뱉은 가래침까지 핥아먹게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졌다.
윤 일병이 호송된 연천의료원 주차장에서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다가 죽은 것으로 말을 맞추기로 하고 사건 당시 입실 환자였던 김모 병사에게는 '○○씨는 자고 있었던 거예요'라며 입을 다물 것을 강요했다. 또 윤 일병이 사망한 후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 군용수첩과 노란 수첩의 일부를 찢어내 증거 인멸까지 했다.
해당 부대는 의무대로 본부의 통제·관리 하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데다가 위치도 본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6~7명 정도 되는 분대급 규모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이 병장의 말에는 모두가 꼼짝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해졌다. 특히 28사단 간부 유 모 하사(23)는 이 병장보다도 나이가 어려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였고 윤 일병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을 묵인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지속적인 집단 폭행이 명백한데 검찰은 사건 당일만 조명해 우발적인 사고로 보고 있다"며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식을 잃은 윤 일병에게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던 정황 등으로 봐서 가해자들의 공소장을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변경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