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 윤모 일병의 선임병에 의한 집단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 이 사실을 군 당국이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수뇌부 문책론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가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28사단 사건 관련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지난 4월6일 오후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으로 쓰러지자 "윤 일병이 음식물 취식 중 의식을 잃었다"고 소속 대대 지휘통제실로 보고됐다가 당일 밤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윤 일병이 쓰러졌다고 정정 보고됐다.
28사단 헌병은 다음날인 4월7일 선임병들이 사고 당일 윤 일병을 어떻게 폭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했고, 군 검찰이 5월2일 피의자를 기소할 때는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였으며 매일 야간에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 행위가 있었고 간부가 폭행을 방조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고 발생 다음날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고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언론에 알렸을 뿐, 이후 윤 일병이 당한 상습적인 폭행 및 가혹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또 5월22일 이후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선임병들에 대한 3차례에 걸친 심리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윤 일병의 유족들이 수사 기록을 요구했지만 군 당국은 제공하지 않았다.
군 당국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뒤 3개월 가까이 지난 7월31일 군 인권센터의 기자회견을 통해서야 윤 일병 사망 사건의 심각성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와관련 국방부는 선임병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 모 일병 사건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흥석 법무실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국민 여론이 그렇기 때문에 다시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법무실장은 "내일(5일)이 결심 공판인데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공판 연기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상급 검찰로 하여금 기록을 검토하게 해서 공소장의 변경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군 검찰은 잔혹한 범죄자가 응분의 대가를 받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법무실장은 "처음에 살인죄 적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었다"며 "그러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수사한 검찰관들이 고민과 검토 끝에 (상해치사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확인한 결과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제한돼 현재 상해치사로 기소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윤모 일병의 선임병에 의한 집단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 가해자를 일벌백계할 것을 주장하며 국방부가 수사를 은폐·축소했다는 의혹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면수심의 가해자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군 역시 쉬쉬하고 덮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책임질 사람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일벌백계의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대한민국 군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차제에 가혹 행위의 형을 올리도록 군 형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모든 것을 걸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도 결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군 당국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국방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문책을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방부의 은폐 축소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 발생 시점이 4월7일인데 국방부는 4월9일 단순 폭행 사건으로 진실을 은폐했다"며 "7월31일 시민단체의 회견이 없었다면 영원히 묻혔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 간부가 거짓말로 부모 면회를 막았다. 면회가 허용됐다면 죽음만은 막았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안심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다는 이 정권의 약속은 어떻게 됐느냐"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구타 대물림, 항거 불능의 가학성과 잔인성이 어떻게 병영 내에 존재하고 은폐될 수 있는지 장관이 대책을 세워주실 것은 물론 당시 국방 장관인 현재 김관진 안보실장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군 수사 기록을 피해자 유가족에게 전혀 열람하도록 하지 않은 것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고 뭔가"라며 "사건 관계자에게만 수사 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는데 유가족이 왜 사건 관계자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국방위 연석회의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건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적시에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군에서 고의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를 실시해 구조적인 문제를 명백히 밝혀 필요한 조치를 단행하고, 병영 문화 쇄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