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의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의 배상비율에 반발하면서 금융당국과의 소송전으로 비화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동양사태 피해자 단체인 동양채권자협의회는 지난 3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놓은 조정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의를 요구하는 동시에 금감원에 대한 감독책임배상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피해자들에게 분쟁조정 결정서를 발송하는 작업에 착수해 이번 주 안으로 송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와 동양증권이 분쟁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면 법원의 판결과 같은 화해의 효력이 생겨 향후 불완전판매 관련해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위법행위 반영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 달 31일 동양그룹 부실 회사채·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며 조정 신청을 한 전체 건수의 67.2%(5892억원)에 대해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피해액의 15~50%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동양증권의 '사기' 발행·판매 부분은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일단 배제하고 불완전판매만을 배상 대상으로 삼았다.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투자자 1만2441명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총 625억원이다.
이에 따라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은 기업회생절차에서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라 발행회사로부터 5892억원의 53.7%를 변제받고 이번 분쟁조정으로 총 625억원의 손해배상을 받으면 투자액의 64.3%를 회수하는 셈이 됐다.
그러나 동양채권자협의회는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가 회사채 피해자를 역차별할 뿐더러 투자자를 사기 피해자가 아니라 투자 실패자로 바라본 결과라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회사채 피해자의 경우, 증권신고서 공시 없이 발행되는 CP·전자단기사채 피해자와 달리 투자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했을 것이기 때문에 배상비율 가산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금감원의 설명에 반박했다.
동양증권이 투자자정보확인서 작성에서 고객의 투자성향등급을 자의적으로 상향조정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지른 점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피해자 투자경험에 따라 배상비율을 2~10%포인트, 투자금액에 따라 5~10%포인트 차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동양 측의 사기 행위가 아닌, 피해자의 '투자 실패'에 무게를 실은 결정이라고 협의회는 주장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이 유리하다"
협의회는 금감원에 분쟁조정 재심의를 요구하는 한편, 금융감독 부실에 대한 '감독배상책임'을 묻는 소송도 함께 진행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금감원 측은 소송보다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동양증권의 사기발행·판매 관련 재판의 1심 결과가 오는 11월 나올 예정이지만 '유죄'가 나오더라도 항소·상고로 3심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분쟁 조정의 소멸 시효는 3년에 불과하다.
물론 재판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더라도 피해자가 1심 판결만으로 소송을 신청하면 분쟁 조정의 소멸 시효가 중단된다.
정준택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은 "분쟁조정은 금융기관의 한정근저당 계약 범위를 법원보다 좁게 해석해 투자자를 보호한다"며 "금융분쟁 조정 사건에서 금감원의 분쟁 조정이 소송보다 유리하게 결정 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김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