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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앞다퉈 소비자 아이디어로 제품 만든다

# 2012년 첫 출시된 미니 프린터 '포켓포토'는 매월 약 2만5000대가 팔리는 인기 상품이다. 포켓포토 아이디어는 전문가가 아닌 20대 신참 직장인에게서 나왔다. LG전자 홈 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개최한 2010년 임직원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당시 강동호(29) 사원이 소형 즉석 프린터 아이디어로 금상을 수상한 것이다. 포켓포토는 최근 50만대 누적 판매를 돌파하며 5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강 사원은 1년치 연봉에 달하는 두둑한 포상금과 한 직급 특진의 영예를 안았다.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포켓포토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 장경민씨와 홍보모델 걸스데이의 시상식 모습. /LG전자 제공



기업이 집단 지성의 힘을 빌려 성장동력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과거 유통·서비스 업계에서 주로 이뤄지던 아이디어 공모전과 고객 모니터링 제도는 IT·전자·제조업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개발자가 아닌 실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제품을 만들어야 반응이 좋다는 선례가 인기 요인이다.

히트 상품 기근에 시달리던 LG전자는 사내 아이디어 대회 당선작 '포켓포토'가 흥행하자 올여름 '아이디어LG'란 전국민 대상 아이디어 대회를 개최했다. 아이디어 등록 수는 운영 3주 만인 지난 1일 5000건을 돌파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의 참가자 연령뿐 아니라 일체형 가전기기, 스마트 탈수기 등 출품 아이디어도 각양각색이다. 아이디어 당선자는 제품 매출액의 4%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도 집단 지성 효과를 위해 지난 6월 '모자이크'란 아이디어 교류 플랫폼을 개설했다.

스마트폰 전용 사진 출력기 LG전자 '포켓포토'는 신입사원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이 제품은 최근 50만대 판매고를 올리며 후속작까지 출시했다. /LG전자 제공



통신 업계도 신규 서비스 개발에 고객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SK텔레콤은 주부로 구성된 '고객 자문단'을 선발해 운영 중이다. KT는 통신사 상관 없이 전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대역 LTE-A 품질 평가를 접수했다.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지금까지 기업의 '고객 의견 듣기'는 상품 출시 전후 반응이나 만족도 조사 등 사업자 관점의 활동에 그쳤다"면서 "그러나 고객의 목소리를 전략 수립 단계부터 반영하면 마케팅 성과와 고객만족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고객은 고객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 1차 프로젝트 발표를 마친 SK텔레콤 1기 고객 자문단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아이디어 무단 편취 위험도 존재

하지만 아이디어 공모는 기업이 값싸고 손쉽게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취업을 미끼로 젊은 구직자들의 아이디어를 무단 편취하는 위험도 존재한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 행원 채용에서 우리은행은 '자사 영업점을 방문해 통장 개설 및 인터넷뱅킹 가입 후 느낀 점을 말하라'는 자기소개서 문항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구직자들에게 영업 행위를 시키며 마케팅 아이디어까지 강요한 것이다. 숱한 비판 끝에 우리은행은 항목을 수정했다.

KT는 광대역 품질 개런티 이벤트를 통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품질 검증 의견을 받았다. 사진은 KT가 수상자에게 1년 통화요금 및 멤버십 VIP 혜택을 5일 제공하는 모습. /KT 제공.



방송국 PD 지망생 A씨는 자신의 프로그램 기획안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A씨는 "프로그램 주제와 패널 선정 방식 등이 방송국 필기시험 때 작성한 기획안과 거의 똑같았다. 나는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는데 아이디어까지 빼앗긴 것 아니냐"고 격분했다.

한 공모전 관계자는 "우리는 공모전 등록 아이디어에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을 적용한다. 아이디어 누출 방지를 위해 일정 기간이 끝나면 접수 아이디어를 폐기한다"며 "그러나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윤리 의식과 규제 방안이 부족해 결국 개별 기업의 양심에 맡기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공모전 참가 시 공모요강과 약관을 꼼꼼히 살피고, 저작권 관련 의문이 있으면 유선으로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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