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공원 순교자 현양탑./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광화문 앞에서 오는 16일 교황의 집전으로 거행될 시복식 미사를 통해 한국천주교 순교자 124위가 복자(福者)로 선포된다.
가톨릭에서 공경의 대상으로 공식 선포한 사람을 복자라 부르고 복자로 선포하는 교황의 선언을 시복(諡福)이라 한다.
복자에 대한 공적 경배는 교황이 허락한 특정 교구와 지역, 수도회 안에서만 이뤄지지지만 성인은 전 세계 교회에서 공경의 대상이 된다. 복자와 성인의 차이는 이런 공경의 범위에 있는 것이다.
시복 대상자로 선정되면 '하느님의 종'이라 부르고 생애와 행적을 담은 약전이 교황청 시성성에 보내지게 된다. 시성성은 자료를 검토하고 문제가 없으면 시복 여부를 위한 재판을 벌인다.
심사는 성덕 심사와 기적 심사로 나뉘는데 순교 자체를 기적으로 여겨 순교자라는 사실이 입증되면 기적 심사가 필요 없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는 초기 한국 천주교의 순교자들이다.
신유박해(1801) 때 희생자가 53위로 가장 많았고 이 외에도 신해박해(1791)·을묘박해(1795)·정사박해(1797)·을해박해(1815)·정해박해(1827)·기해박해(1839)·병인박해(1866∼1888) 등이 있다.
정조 15년 신해박해 때 첫 순교자가 된 윤지충(1759∼1791)이 124위 대표 순교자라 할 수 있다. 고종사촌인 정약용을 통해 신앙을 접한 윤지충은 집안에 있던 신주를 불사르고 어머니의 장례를 천주교 예절에 따라 치른 '진산 사건'으로 체포령이 내려졌다.
중국인 주문모(1752∼1801) 신부는 조선에 파견된 첫 선교 사제다. 그가 입국해 선교한 지 6년 만에 조선의 신자 수가 1만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호남의 사도' 유항검(1756∼1801)은 1784년 한국 천주교회 창설 직후 세례를 받아 전라도 최초의 신자가 됐다. 전라도 교회의 우두머리로 지목됐으나 끝내 자백하지 않아 처형됐다.
김진후(1739∼1814)는 첫 한국인 사제 김대건의 증조부다. 처음에는 자녀들의 입교 권유를 물리치다가 끝내 관직을 버리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체포와 석방을 여러 번 반복하다 옥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