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10%의 세금을 부과한다. 또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시켜 주는 기업에 대해 증가분의 10%(대기업 5%)를 공제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4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3대 패키지를 도입해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세수가 자연스레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며 "5680억원의 세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안의 핵심인 '3대 패키지'에 대해 재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예상돼 국회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내수진작 등 경제 활성화 초점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내수진작과 함께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에 발표한 재정·통화·금융 정책에 이어 세제도 경기회복을 위해 동원된 것이다.
우선 3대 패키지를 보면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자기자본금 500억원 초과 기업(중소기업 제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 등의 투자 ▲임금증가 ▲배당 ▲대·중소기업 협력 관련 지출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치지 못하면 기준에 미달한 부분에 대해 10%의 추가 세금을 내도록 했다. 정부는 4000개 기업이 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배당촉진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설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로, 고배당 주식의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이 14%에서 9%로 내려가 소액주주의 세부담이 줄어든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근로소득 증가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근로자의 임금 인상 기업에 임금 증가분에 대해 10%(대기업 5%) 세액공제를 해준다.
정부는 또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 부담을 30% 줄여주기로 했다.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을 때 적용된 정률공제(40%)는 퇴직급여 수준에 따른 차등공제(100∼15%)로 바뀌어 퇴직 당시 급여소득이 1억2000만원이 넘는 고액 퇴직자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급여소득 1억2000만원은 상위 1%에 해당한다. 차등공제는 2016년부터 시행된다.
기획재정부는 퇴직 당시 급여소득 1억2000만∼2억원 구간의 퇴직자의 경우 1인당 평균 60만원의 세금을 더 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위해 세액공제 대상 퇴직연금 납입한도는 기존의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300만원 확대된다. 특히 만 20세 이상이 가입대상인 세금우대종합저축은 생계형저축과 통합돼 비과세종합저축으로 바뀌고, 가입대상도 고령자와 장애인 등으로 한정된다. 납입한도는 현행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만기 10년∼15년 미만의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이거나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은 300만원 한도에서 이자 소득공제를 받게돼 서민 주택구입비 부담이 줄어든다.
자녀의 상속공제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중산층의 상속·증여세 부담이 경감된다.
부가가치세가 면제됐던 전용면적 135㎡ 초과 대형주택의 관리·경비·청소용역이 과세로 전환돼 이들 대형 아파트의 관리비가 올라간다. 대상 공동주택은 전체의 3% 수준인 약 30만 가구이며 가구당 세부담 증가액은 연간 10만∼15만원 수준이다.
해외여행자의 휴대품 면세한도는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높아지고, 국세를 전액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9월 중 국무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고, 다음 달 23일까지 정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계·정치권 반발로 국회 통과 우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것은 기업소득 환류 세제다. 이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기업의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한 경우 단일세율 10%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기업소득환류세가 발생하는 구간을 당기 이익의 70%로 설정했다면, 100억원의 세전 순이익을 벌어들인 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액 등으로 60억원을 썼을 경우 부족액인 10억원에 10% 세율을 적용해 최종적으로 1억원을 추가 과세하는 방식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미 취임때부터 이에 대해 강조해온 반면, 재계는 기업 경영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현금성 유보금도 일종의 투자인 만큼 과세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새로 도입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목적이 세수확보가 아닌만큼, 기업 국내외 투자확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물론, 기업에 법인세율을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에도 사내유보금 과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세율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강석훈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 4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시장과 당 내외에서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논란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도 논란거리다. 이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임금 증가 기업에 증가분의 10%(대기업 5%)를 세액공제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1차적인 수혜대상은 기업이지만 결국 임금 증가의 혜택을 근로자들이 받게 된다는 것이 정부측 주장이다.
재계는 그러나 기업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율 축소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근로·배당소득 증대 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가계소득을 끌어올리는데 실질적으로 얼마나 역할을 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 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라는 목표가 선명하고 구체적인 것이 인상적"이라면서도 "3대 패키지 등이 갑자기 만들어지다 보니, 실제 소득증대 효과가 충분할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세법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철저하지 못하고, 세법개정안의 전반적인 내용은 정책방향을 구체화시키기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