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2011년 12월 이라크 전쟁이 끝났다고 공식 선언한 지 약 2년 8개월 만에 이라크 땅에 폭탄을 투하했다. 이라크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짓 이라크 내전이라는 수렁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이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공습을 단행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량학살범죄' 차단 목적
미국이 공습은 재개한 가장 큰 이유는 대량학살범죄(제노사이드)가 이라크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라크 북부에서 파죽지세로 세를 확장하던 수니파 반군을 주도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지난 6월 초 이라크 제2의 도시 북부 모술을 장악했다.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 수립까지 선포할 정도다.
특히 IS는 야지디족과 기독교도들에 대한 살해 위협을 계속해 왔다. 고립된 약 4만 명의 야지디족은 아사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외교 소식통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요인들이 앞서 군사작전 승인 방침을 밝히면서 제노사이드라는 단어를 잇따라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오후 낸 성명에서 이라크의 소수종파 야지디족이 극단주의 반군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북부 산악지대에 고립된 점을 거론하며 "제노사이드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IS 기세 꺾일까
미군은 이날 미군 F/A-18 전투기 여섯 대, 미군 무인기(드론) 등을 동원해 3차례에 걸쳐 IS의 박격포 기지 등을 폭격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반군들이 사망했으며 반군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이 대부분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최근 모술을 거점으로 서북부 신자르 산악지대와 동부 쿠르드 지역으로 진격하던 IS의 공세를 주춤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 없이 이같은 제한적 공습만으로는 IS 세력을 완전히 꺾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지난 3년간 시리아 내전에서 다진 IS의 전투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IS는 봉기 초기 이라크 정부군이 버리고 간 최신 무기를 다수 확보한데다가 효율적인 선전전과 기민한 전술 등으로 수적 열위를 극복하고 있다.
또 IS가 올해 초부터 장악하고 있는 팔루자의 예에서 보이듯이 모술과 같은 거점 도시에서 수니파 주민들과 함께 머물며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이라크 곳곳에서 장기 대치 전선이 형성될 공산이 크다.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로 제한적 공습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지상군 투입하나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전 성명을 통해 이라크에 미군을 재파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제한적 공습도 미국인들이 우려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또 다른 전쟁에 말려들게 하지는 않겠다. 전투병이 이라크에서 싸우려고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자칫 미군의 막대한 희생을 초래할 수 있는 이라크전에 또다시 휘말릴 수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인 2003년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 4400여명 사망, 3만여명 부상이라는 큰 피해를 봤다. 미국 정부 재정의 악화와 미국인이 짊어진 전쟁 피로 역시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미국 언론이나 안보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군사개입이라는 '일방통행로'로 들어간게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라크뿐 아니라 시리아로도 군사 행동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낸 공동 성명에서 "이라크뿐 아니라 시리아에서도 IS의 지도부와 병력, 주둔지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 중동문제 전문가는 "앞으로 IS 반군의 결속력이 더 강해지는 것부터 이라크에서 장기간에 걸친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상황이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따라 미국이 사실상 '제3차 이라크 전쟁'에 시작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