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포위됐다' 어리바리 신입 경찰
안재현,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
고대서 한예종 영화과 재입학
감독서 배우로 목표 바꿔 전과
배우 박정민(27)은 자신의 외모를 "못생겼다"고 평가했다. 이목구비가 선명하지도, 키가 크지도, 피부가 하얗지도 않다. 그러나 그의 외모는 가상의 인물과 만나면 한몸이 된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했다. 눈빛이 날카롭고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학생을 연기했다. 지난달 17일 종영된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로 처음 안방 시청자를 만났다.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박정민/SBS 제공
◆ '너포위' 출연 약점 들켜 후련
그는 "가장 힘들었던 건 배우로서의 약점을 들킨 거"라며 미니시리즈 첫 출연 소감을 전했다. "데뷔 때부터 연기 못한다는 평가는 안 들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속상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도 '저 기대만큼 잘하는 사람 아니에요'라는 걸 알릴 수 있어서 후련했죠."
어리바리한 신입 경찰 지국 역을 맡았다.
"드라마의 묘미를 느꼈어요. 대본을 기다리면서 '이번에는 어떻게 표현할까' '뭘 고치지'를 생각하며 지국을 완성했죠. 신입 경찰 중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친구지만 회가 거듭될 수록 어른스럽고 순발력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경험하지 않았던 감정을 연기하는 건 힘들어요. 특히 지국은 저와 매우 다르거든요. 친구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박정민은 울지만 지국은 내 일인 것처럼 슬퍼할 거예요.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실재와 다른 인물이기에 섬세하게 지국을 연출했다.
"지국은 '대구대구 은대구(이승기)'라고 애교 있게 말하지만 저는 그런 행동이 오그라들어요. 컵 잡는 손까지 신경 썼죠. 안경을 끼고 나오는 것도 제가 한 설정이에요. 지국은 어리바리하니까 어렸을 때 엄마가 안경을 잃어버리지 않게 줄을 달아 준 거라고 텍스트 이외의 것을 상상했죠. 실제 시력은 1.0입니다.(웃음)"
◆ 시청률? 전혀 심각하지 않았다
'너포위'는 종영까지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았다. 그러나 시청률은 10% 초반대 였고 인기를 체감할 수 없다는 평가다.
"'별에서 온 그대'가 엄청 셌나 봐요. 처음 시청률이 하락했을 때 현장 나가기가 무서웠어요. 그런데 아무도 시청률 이야기를 안하고 할 일을 하더라고요. 목표 시청률을 낮추면서 열심히 하자는 주의였죠. 단지 전 드라마 끝나고 '이 좋은 사람들을 다시 못 보는 구나' 싶어 아쉬웠어요."
그는 "좋은 친구를 얻어 기분이 좋다"고 출연 배우들을 추억했다.
"처음엔 불편했어요. 출연 배우들이 다 유명하잖아요. 안재현은 '안재현입니다'라고 소개하기 전에 그인 걸 알죠. 그런데 저는 다 설명해야 했어요. 소개할 타이밍을 못 잡겠더라고요.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먼저 다가와줘서 고마웠어요. 서이숙·임원희 선배들과는 이야기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라요."
안재현과는 남남케미를 내며 감초 역할을 했다. "서로 많이 의지했어요. 안재현은 외모부터 저와 다른 세계의 사람이죠. 궁금한 게 많았어요. 저는 오글거려서 하지 못하는 '대박' '레알?' 이런 말도 해요. 처음엔 피부도 하얗고 키도 크고 눈도 찢어져서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정말 착하고 '얘만큼 좋은 사람이 있을 까'싶어요. 제가 빠른 87이지만 친구하기로 했습니다.(웃음)"
◆ 극단 '경' 300% 수익 올려
고려대 인문학부에 진학했다가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으로 재입학 했다.
"고집이 세서 마음먹은 일은 해내야 해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지만 '내가 무슨'이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영화 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죠. 한예종 입학 때 아버지는 심부전증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으셨어요. 영화과로 입학해서 부전공으로 연기 수업을 듣다가 오디션을 보고 연기과로 과를 옮겼죠. 한예종 역사상 첫 전과자입니다."
그는 올 초 극단 '경'을 만들었다. "300% 수익을 올렸어요. 대학 동기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했죠. '경'은 거울을 뜻해요. 연극이 자기 자신을 비쳐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죠. 윤영선 선생님이 쓰신 'G코드의 탈출'을 선보였어요. 남녀의 이별이야기고 철학적이지만 누구나 한번 쯤 겪을 법한, 연인에게 찌질해 보일까봐 차마 발설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 해주고 싶었어요."
작품 속 비중 있는 역할에 욕심을 보이기도 했다.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렇다고 무리하진 않을 거예요. 성지루 선배가 '연기 할 때 네가 보이려면 상대방을 도와주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저도 메인 스토리를 이끄는 배우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