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11일 공개한 올 뉴 쏘렌토가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개발 방식과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를 동일하게 사용하면서 차체 사이즈가 소폭 변경되는 식이었으나, 이번 올 뉴 쏘렌토는 기존 것을 활용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 설계했다. 쏘렌토R은 현대 싼타페와 같은 2700mm의 휠베이스였으나, 올 뉴 쏘렌토는 2780mm로 늘어났다. 현대 맥스크루즈의 2800mm보다 20mm가 짧은 사이즈다. 이는 맥스크루즈, 싼타페와 차별화를 통해 올 뉴 쏘렌토의 독보적인 위치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3열 시트의 거주성과 트렁크 공간에 주로 배정됐다.
차체 길이도 현대 맥스크루즈(4915mm)와 싼타페(4690mm)의 사이에 자리하는 4780mm로 정했다. 차체 높이는 맥스크루즈(1690mm)와 싼타페(1680mm)의 정확히 중간인 1685mm로 설계됐다.
현대·기아차가 이런 노선을 택한 이유는 두 회사 간의 제품 간섭 현상을 줄이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기아차 쏘렌토R은 2009년 서울모터쇼 공개 이후 높은 관심을 모으며 좋은 판매실적을 올렸으나, 2012년 4월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DM) 공개 직후 판매가 감소했다. 신형 싼타페는 쏘렌토R과 휠베이스와 엔진 라인업이 같고, 가격대도 비슷해 서로 경쟁관계를 형성했다.
이러한 사례는 현대차의 쏘나타와 기아차 K5 등 여러 차종에서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쏘렌토R의 경우 수요의 상당수를 싼타페에 뺏겼다는 데 있었다. 쏘나타와 K5처럼 두 차종이 동시에 잘 팔리면 바람직하지만 싼타페 쪽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기아차가 타격을 입는 결과가 된 것. 따라서 이번에는 맥스크루즈·싼타페와 겹치지 않도록 고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 뉴 쏘렌토의 가격대는 싼타페와 비교해 2.0 모델은 약간 낮은 가격에서 출발해 더 비싼 가격으로 포지셔닝 됐고(2765만~3350만원), 2.2 모델은 동일 트림에서 약간씩 낮은 가격(2925만~3436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현대 맥스크루즈(3450만~3873만원)에 비해서 낮은 가격이다. 기존 쏘렌토R과 비교하면 기본 가격을 인하했으며, 최고급형의 가격도 10만~55만원 정도 올라 인상 폭이 크지 않은 수준이다.
기아 올 뉴 쏘렌토는 이달 28일에 국내에 출시되며, 오는 10월 파리 모터쇼를 통해 해외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