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교황의 '시복미사 제의'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제의./교황방한준비위원회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난한 이'들이 만든 제의를 입고 미사를 올린다. 값싼 소재를 사용했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땀한땀 작업해 값을 매길 수 없는 의미를 지녔다는 평이다.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에서 교황이 입을 제의는 홍색에 교황 방한 기념 로고와 성작(미사에서 포도주를 성혈로 축성할 때 사용하는 잔), 칼을 조화롭게 형상화 했다. 성작은 성작 그 자체를 상징하는 동시에 찬미의 손짓을 의미하며 칼은 순교자들의 수난을 뜻한다. 이를 통해 수난 뒤에 따라오는 찬미와 영광을, 궁극적으로는 십자가의 영광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18일 평화의 화해를 위한 미사의 제의는 백색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구원을 뜻하는 올리브 가지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손으로 수놓은 비둘기는 수채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됐다.
교황의 시복미사 제의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제의의 앞면 디자인./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제공
두 제의의 디자인과 제작은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에서 맡았다. 가난한 이를 사랑하는 교황의 뜻에 따라 제의 소재도 값싸고 얇은 것으로 선택했으며 대부분 수녀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제의를 디자인한 황에스텔 수녀는 "얇은 천이다보니 기계로는 절대 수를 놓을 수 없어 손바느질도 두 세 번씩 연습을 거치고 수놓은 실을 뜯고 다시하길 되풀이했다"며 "기도하며 정성껏 만든 제의가 교황님을 통해 세상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황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특별히 봉제생산협동조합 '솔샘일터'의 장백의를 함께 입을 예정이다. 장백의는 사제나 부제가 미사 때 제의 안에 입는 희고 긴 옷으로 사제가 미사 때 갖추어야할 육신과 영혼의 결백을 상징한다. 장백의의 아랫단과 소매단, 옆선에 무궁화 124송이를 수놓아 시복반열에 이르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순교자'들을 표현했다. 깃은 제의와 함께 한국 남자복식의 두루마기 깃을 적용해 한국적인 느낌을 준다.
솔샘일터 조합원이자 이번 교황제의를 제작한 정진숙(세례명 제노베파)씨는 소아마비로 장애를 가졌지만 제의 디자이너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때 입은 제의를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