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개장해 시범운영 중인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의 모습 /손진영 기자
어른들의 무책임이 또다시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시범운영되고 있는 용산 화상경마장 이야기다.
서울 용산구 소재 30여 개 초·중·고등학교 교장들은 "용산 화상경마장은 육지의 세월호"라며 경마장 개장을 반대했다. 중·고교 여학생들까지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그러나 마사회는 지난 6월 28일 개장해 시범운영을 강행한 뒤 성심여중·고 교장을 비롯해 화상경마장 추방 대책위원회 주민 17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 지역주민 동의 부재 '갈등 심화'
양측의 갈등은 사행 시설인 화상경마장을 주민들의 동의없이 주거밀집지역에 자리잡으며 시작됐다. 25층에 1만8000㎡가 넘는 이 화상경마장은 불과 30여m 차이로 규제 범위에서 제외돼 정부의 이전 승인과 구청의 건축 허가를 받았다.
현재 규정에는 학교시설 반경 200m 이내는 학교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게 돼 있다. 화상경마장 주변에는 성심여자중·고등학교, 원효 초등학교 등 6개 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성심여중·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주장하며 주민들과 함께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마사회는 경마장은 상업지구에 있고, 학교나 주거지역과는 6차로의 원효로와 청파로가 이중으로 막고 있어 학습권 침해 주장은 지나친 기우라며 맞섰다.
마사회는 3~4개월 후인 10월 말까지 시범운영을 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운영자체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평가를 위한 위원회도 꾸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원영 화상경마장 추방대책위 대표는 "마사회는 개장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영업을 하면서 협의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영업 중지를 한 다음에 주민들과 협의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사회가 영업 방해로 주민대표 등 17명을 형사고발한 상태인데 철회한 다음에 협의하자고 공문을 2~3차례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 인근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침해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 경마 이용객 대부분이 도박에 중독된 사람이거나 소득 하위계층에 속한 사람들로 주거 생활이 침해되는 것도 문제다. 특히 화상경마장 주변에는 건전한 상권이 훼손되고 대부업체나 불법 오락실 등 불건전한 유흥업소가 들어설 것이 뻔하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교육부 등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을 시 외곽으로 이전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재 학교 주변의 정화구역을 200m로 규정하고 있는 학교 보건법도 개정해 정화구역을 250m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