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리더이자 '가난한 자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온다. 4박5일 동안 어떤 메시지와 행적을 보일지 지구촌의 이목은 한국을 향해 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횟수로는 요한 바오로 2세의 1984년과 1989년 두차례 방문에 이은 세 번째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은 아시아 최초 국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출발해 14일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경기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공항에서 교황을 직접 영접한다. 청와대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사목방한을 맞아 세계적 종교 지도자로서의 위상에 적합한 예우를 갖춰 영접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년에겐 '희망'을, 갈등엔 '화합과 위로'를
교황의 주요 일정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과 '윤지충 및 동료 123위 시복미사' 집전에서 이번 방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평소 교황은 청년들에게 '희망', '세상을 향한 개방된 삶'을 강조했다. 소비문화에 젖어들지 말고 자기보다 더 큰 세상을 위해 기도하며 불의와 부정에 대항할 것을 권고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많은 젊은이들이 처한 노동·세속화·물질주의·신앙·문화 등의 문제에 교황은 적절한 답변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화합과 위로의 메시지도 기대할 수 있다. 교황은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나 종교간의 화합을 역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세월호 유가족과 일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경남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노동자, 꽃동네 장애인 등 갈등과 피해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직접 만난다. 이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교황이 종교와 이념을 떠나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찾아 직접 시복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시복미사는 관례적으로 바티칸에서 교황청 시성성('하느님의 종'들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기관)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해왔다.
특히 광화문광장이 시복미사 장소로 결정된 것은 조선시대 의금부·포도청·서소문 형장 등 초대교회 순교자들이 고초를 겪고 목숨을 바친 장소들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복식은 한국 가톨릭교회 사상 처음으로 자력 추진한 시복작업의 결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4박5일 간 약1000㎞ 일정 소화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공항에서 나와 청와대 인근의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개인미사를 보고 청와대로 향한다.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박 대통령과 면담하고 주요 공직작들을 만나 연설할 계획이다. 이어 서울 중곡동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옮겨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직원들을 만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 한다.
방한 이틀째인 15일은 한국의 광복절이자 천주교 성모승천대축일이다. 교황은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전용헬기로 아침 일찍 충남·대전 지역으로 이동해 하루를 보낸다. 이날 오전 10시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이 참석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다. 미사가 끝난 뒤에는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나 아픔을 어루만지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교황 방한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아시아 청년들이 모이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교황이 대륙별로 진행되는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어 당진의 솔뫼성지를 방문한다.
방한 3일째인 16일에는 일정 중 최대 행사인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 광화문에서 예정돼 있다. 교황은 이날 오전 8시55분 한국천주교의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아 참배한다. 이곳은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중 27위가 순교한 곳이다.
이어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1.2㎞ 구간 퍼레이드를 한 뒤 광화문광장 북쪽 끝에 설치된 제단에 올라 2시간 20분가량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시복식이 끝나면 장애인요양시설인 충북 음성의 꽃동네로 이동한다. 교황은 이곳에서 장애인들과 한국 수도자 4000여 명,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17일에는 하루 대부분을 충남 서산 해미에서 머무르게 된다. 오전에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들을 만나고 오후에는 인근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로 방한의 대미를 장식한다. 교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이 참석하는 미사를 집전하고 한반도 평화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만난다.
교황은 미사를 마친 뒤 낮 12시45분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갖고 닷새간 1000㎞에 육박했던 방한 일정을 모두 끝낼 계획이다. 방한 기간 교황은 서울 종로의 주한교황청대사관에 머물며 장거리 이동 때는 청와대에서 제공한 전용헬기를, 단거리 이동은 승용차를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