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 전까지 바티칸 시국이 위치한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단 두 차례 외국을 방문했다. 교황은 자주 외국을 찾지는 않았지만 방문지 선정과 행보에서 이전 교황과 달리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다. 특히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에도 방탄차를 타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으며 지위 있는 사람보다는 낮은 사람을 찾았다.
즉위 후 첫 외국 방문지는 지난해 7월 방문한 브라질이었다. 첫 남미 대륙 출신 교황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가톨릭 신자가 많은 국가인 브라질을 방문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브라질 최대 마약 소굴로 악명이 높은 리우데자네이루시 북부 바르깅야 빈민촌을 찾아 '거리로 나가 신앙을 전파하라'는 그의 철학을 실천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에피소드도 화제가 됐다. 교황이 탄 소형 피아트 차량이 시내로 이동하다가 운전자의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 경호구역을 벗어나는 사고가 있었다. 교황은 순식간에 군중에게 무방비 상태로 둘러싸였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고 차 창문을 내려 사람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는가 하면 한 신도의 아기에게는 축복의 의미로 입맞춤을 해주기도 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요르단·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중동을 사흘 동안 순방했다. 요르단에서도 교황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만찬 초대를 사양한 대신 시리아 난민들과 함께했다.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국제 사회에 중동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르단 방문을 마친 뒤 전임 교황들과 달리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거치지 않고 헬기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영토인 베들레헴에 곧바로 도착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이 독립국임을 교황이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다가 베들레헴의 공개 미사 장소인 구유 광장으로 이동하던 길에서는 갑자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 앞에서 차량을 멈춰 세웠다. 분리 장벽은 이스라엘에 국가 안보를 상징하지만 팔레스타인에게는 '점령의 산물'로 인식되는 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정에 없이 차에서 내려 5분간 장벽 앞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