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교황청은 2000여년간 보물과 진귀한 예술품들을 모아오며 각종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왔다. 이 때문에 각종 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되며 여러 추문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교황청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19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이탈리아 주간지 레스프레소 보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교황청이 자체 또는 제3자를 통해 관리하는 재산은 100억 유로(약 13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억 유로는 주식, 10억 유로는 부동산이다.
교황청 재산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로 작성된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교황청의 부동산 소유 기구는 사무처 소속 사도좌세습재산관리처(APSA)로 19세기 이탈리아 통일 당시 보유했던 부동산과 1929년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로 인한 피해 보상금을 관리하고 있다.
교황청이 투자회사 등 제3자를 통해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는 런던 중심가 '뉴본드 스트리트'의 명품 상점들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 살았던 집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은행 비밀주의로 유명한 스위스는 교황청 지주회사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교황청 재산의 일부를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한 뒤부터 바티칸은행(공식명칭 종교사업기구)을 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 교황청 경제위원회를 통해 직접 혁신에 나섰다. 1942년 설립된 바티칸은행은 바티칸과 교황청의 재정을 담당하는 곳으로 재산운용 내역이 베일에 싸여있기로 유명한 데다가 돈세탁 등 각종 부패에 수시로 연루되면서 지탄을 받았다.
교황은 금융 개혁을 위해 프랑스의 금융인 장 바티스트 드 프랑수를 바티칸은행의 새 은행장으로 내정하며 파격적으로 외부인사를 기용했다. 구조개혁안에 따르면 그동안 비리의 근원으로 지목돼 온 자산 관리 기능은 점진적으로 새로 설립되는 기구로 넘겨지고 바티칸은행은 본래 역할인 대출, 선교자금 지원 등의 업무만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