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나흘째를 맞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충남 서산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한다.
먼저 이날 오전 11시, 교황은 해미성지 내 해미순교기념전시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 15명, 아시아 각국에서 온 추기경과 주교들 50여 명이 참석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환영사에서 "아시아인들은 본래 종교적이지만 세속화와 물질주의 정신이 파고들었다"라며 "아시아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가족의 유대도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이어 "생명을 침해하고 위협하는 요소들도 점점 늘어나며 공동체를 추구하는 아시아인들은 강한 개인주의 정신의 영항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황은 연설을 통해 '진정한 대화'를 언급하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의식하고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이어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말로 하지는 않지만 전달되는 그들의 경험·희망·소망·고난과 걱정 등 마음이 전달하고자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진정한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진정한 만남을 이끌어 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교황은 정체성을 확립하고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로 상대주의·피상성·확실한 안전을 택하려는 유혹을 들었다.
교황은 "상대주의는 진리의 빛을 흐리게 한다. 급변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사실을 사람들이 잊어버리게 한다"고 전했다. 또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보다는 최신 유행이나 기기, 오락에 빠지는 경향인 피상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덧없는 것을 찬양하는 문화, 회피와 도피의 길이 수없이 열려있는 문화에서는 이런 피상성이 사목에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끝으로 "아직 성좌와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허영엽 교황방한위원회 대변인 신부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은 단순하고 짧지만 중요한 만남이다"라며 "지역 교회를 돌보는 주교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시아 대륙 전체의 교회를 만나고 대화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