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매력적인 배우될래요"
단아한 미모와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강예솔(31)은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무한 긍정녀'다. 2006년 KBS2 '화랑전사마루'로 데뷔한 그는 '자명고' '마이프린센스' '정도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조급함보다 차분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는 2012년부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로 젊은 시청자를, 'TV소설 순금의 땅'으로 주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 뒤늦게 선택한 연기자의 길
올해 데뷔 8년차인 강예솔은 20대 중반 뒤늦게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10대부터 체계적으로 학원을 다니며 연기를 준비한 연기자들과 시작부터 달랐다.
"예술고등학교 시절 1학년 땐 아무 생각 없이 지냈는데 2, 3학년이 돼서 연기를 시작하니 연기가 어려웠어요. 꾸준히 준비한 친구들보다 부족한건 당연한거죠.(웃음) 연극은 발성, 호흡도 좋아야 하는데 제게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대학에 진학해서는 영화 이론을 배우며 교사를 꿈꿨어요."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영화 이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준비하던 그가 배우의 길을 선택것은 우연히 찾아온 사건에서 시작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친구가 드라마 제작사 오디션을 보러 간다고 했는데, 너무 떨린다고 같이 가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가 교생 실습을 앞두고 있을 때였어요. 연기를 할 생각은 이전까지 전혀 하지도 못했는데 거기서 매니저 분을 만나 미스 춘향 선발대회도 나가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지금은 배우의 길이 운명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 첫 주연 작품 '순금의 땅'
'순금의 땅'은 강예솔의 첫 주연 작품이다. 배우라면 누구나 자신의 첫 주연 작품을 잊을 수 없는건 당연하지만 그에게 '순금의 땅'은 특별했다. 연기는 물론 카메라 동선, 조명기술 등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는 "아침드라마는 신인 배우들의 스타 등용문이라는 말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했다. 그런데 8개월간 촬영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나이가 많은 편인데 현장에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출연진 모두에게 약이 된 시간 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출연진의 노력 덕분일까 .'순금의 땅'은 평균 10%대 중반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1950년대와 1970년대 경기도 연천 일대에서 인삼 사업으로 성공하는 정순금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러나 정순금 역을 떠나보낸 강예솔에게 아쉬움도 따랐다. 그는 "촬영 초반에는 드라마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5회 정도 남았을 때부터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종영을 앞두고 진심으로 순금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찍 순금을 만나지 못했던 부분이 미안함으로 남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순금이를 연기하면서 나를 돌이켜 봤다. 내 기준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남을 배려할 수 있게끔 나를 다듬어준 캐릭터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좀 더 낮은 자세로 타인을 배려하면서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배역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워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 노력파 연기자
강예솔은 2005년 말 한 연예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배우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 생각했던 것 만큼 순탄치 않았다. 이듬해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로 법적 분쟁까지 치렀다. 때문에 마음의 상처는 물론 공백 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졌다.
그는 "20대에는 연기와 미래에 대한 조급함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힘든 시기를 겪었던게 나에게 도움이 됐다"며 "지금은 조바심을 갖기보다 하나의 작품을 하더라도 깊이 있게 다가가자는 마음이 커졌다. 한 계단 한 계단 차분하게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예솔은 조급함보다 차분하게 배우 인생 제 2막을 그려왔다. 아무런 연줄도 없이 오디션에 찾아가 수십차례 오디션을 보면서 쓰라린 실패도 맛봤다. 하지만 이 같은 실패가 오히려 밑거름이 됐다.
"아쉽게(?) 오디션에 떨어진 작품은 대부분 모니터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합격한 배우의 연기를 분석했죠. 제가 떨어졌다는 점은 뭔가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웃음)"
이처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고 있는 강예솔은 최근 '복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다이어트를 위해 복싱에 관심을 갖게된 건 아니다"며 "건강한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장기간 촬영을 위해서는 체력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기 잘 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지만 '캐릭터가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이완기(라운드테이블)·디자인/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