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모두 '경징계'로 결론이 나면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전산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조직 내부에 생긴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갈등의 상처 치유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KB금융의 경영 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에 양보와 화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추석 이후 논의 다시 진행될 듯
결국 전산 갈등 문제 해결은 국민은행 정상화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사회 내부 갈등 외에도 지주와 은행 간의 대립, 노조와의 갈등 등 경영정상화 이전에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징계 결정 이후 전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은행 임시 이사회는 아직 소집되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추석이 지나고서부터 조심스럽게 논의가 다시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임원 인사와 LIG손해보험 인수 마무리 등 당면한 경영 현안들도 조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관리본부장, 상품본부장, WM사업본부장, 서영업추진본부장 등 4명의 은행 본부장이 지난달 재임 3년을 채웠다. KB투자증권ㆍ생명ㆍ자산운용ㆍ부동산신탁ㆍ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대표도 임기가 만료됐다.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특히 LIG손해보험 인수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 임영록 회장 "소통과 화합으로 추스를 것"
KB금융 내부에서는 지난 22∼23일 이뤄진 KB금융 경영진의 템플스테이 행사가 화합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소통과 화합의 의지를 드러냈다.
임 회장은 "전 임원이 모여 소통과 화합하고, 최근 어려운 일들을 추스르자는 마음 자세로 모였다"고 밝혔다.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물갈이 인사나 보복성 인사는 없을 것"이라며 화합 분위기에 화답했다.
이날 일정은 KB금융 전 계열사 대표와 경영진들이 참석해 자신과 조직을 차분히 돌아보고 화합하자는 의미로 마련됐다. 두 수장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KB금융의 비전과 당면 과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