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매직아이'(위), MBC '진짜 사나이'(아래) /각각 SBS·MBC
핵심 출연진 남성 일색 속 장점 못 살려…콩트에선 비하 소재
대한민국 예능을 이끄는 국민 MC 세 명을 꼽으면 유재석·신동엽·강호동 등 남성 방송인이 주로 거론된다. 여성 방송인도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남성 메인 MC를 돕는 주변인 역할에 머무른다. 프로그램의 내용 역시 남성 위주다. '썸' 열풍을 몰고온 JTBC '마녀사냥'은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가 프로그램 콘셉트다. MBC는 '아빠! 어디가?'로 육아 예능 유행을 주도했다. KBS는 제목부터 '나는 남자다'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스토리온 '렛미인4' 출연진(왼쪽부터) 홍지민, 황신혜, 레이디제인, 미르. /CJ E&M
다양한 시청층을 공략하는 케이블 채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 전문 채널 스토리온은 '렛미인'과 '맘토닥톡' 등 여성 MC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나 각각 성형 메이크오버 쇼와 엄마들의 육아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여성의 다양성을 담아내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SBS '매직아이' MC 문소리, 이효리, 홍진경. /SBS
특히 '렛미인'은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에게 성형과 정신과 치료등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필요 이상의 과도한 성형과 시술을 감행해 천편일률적인 미적 기준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SBS는 이효리·문소리·홍진경 등 여성 스타를 메인 MC로 한 토크쇼 '매직아이'를 선보였다. '매직아이'는 한 주 동안 일어난 각종 사회적 이슈를 토크 주제로 선정해 세 명의 MC가 게스트와 함께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첫 방송 당시 '뭘 좀 아는 언니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여성 진행자의 장점은 살리지 못한 채 이슈 진단 토크쇼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 특집 편. /MBC
남성 스타들의 리얼 입대 프로젝트로 큰 인기를 모은 '진짜 사나이'는 최근 여군 특집편을 방송했다. 지난 24일 방송에선 배우 김소연·홍은희·라미란, 걸스데이 혜리, 가수 지나, 개그우먼 맹승지, 쇼트트랙 선수 박승희 등 7명의 여자 스타들이 육군 훈련소에 입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여자 스타들은 관등성명·군가·제식 등 여성들에겐 낯선 군대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다. 출연진이 회가 거듭될수록 멋진 여군으로 거듭난다면 이번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편은 성공적이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성들'이라는 사회 인식에 일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남성 일색인 예능가에 여성을 앞세운 프로그램들이 아쉬운 이유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유연한 여성의 장점을 담아내는 대신 감정에 휘둘리거나 연약한 면만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KBS2 '인간의 조건'이 최근 진행한 여성 패널 특집 '피부&두피 정복하기' 편에 출연했던 개그우먼 김영희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박은지에게 트집을 잡고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영희가 방송에서 보여준 태도는 전형적인 '여자의 적은 여자'였다.
tvN '코미디 빅리그' 인기 코너 '썸&쌈'. /CJ E&M
콩트 프로그램 사정도 마찬가지다. 여성 외모 비하를 소재로 삼은 코너는 수 없이 많고 개그우먼은 못생기거나 뚱뚱하고, 예쁘면 멍청해야만 '뜬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해 코믹 뮤지컬 '드립걸즈 시즌3'의 연출자 오미영은 "그런 풍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본적으로 희극인이라는 직업이 대중보다 낮은 위치에서 망가지거나 단점을 드러내서 웃음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외모 비하에 치우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개그우먼들이 얼굴이나 외모를 내세워서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내면의 콤플렉스를 양지로 끌어내 관객에게 웃음을 주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