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시기상조
정부가 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과 관련, 금융권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시장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란 사외에 기금을 설립하고,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에 신탁하는 방식이다. 오는 2016년 7월부터 대규모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규모 기업들이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 금융기관이 아닌 기금에 적립금을 맡기게 되면 결국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시장 규모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는 2022년까지 퇴직연금을 의무화해 전체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더라도 큰 기업들이 기금형 제도로 빠져나가게 되면 결국 전체 시장은 축소될 것이란 지적이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도 "한국형 퇴직연금제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금형 제도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근로자 이익 대변 문제나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 등 현 계약형 제도의 한계도 있지만, 이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2012년 일본 AIJ자산운용의 기금형 퇴직연금 금융사고 등을 사례로 들며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법령 개정 작업이 남아 있는 만큼, 구체적인 제도 변화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자는 "기금형 제도라고 해도 퇴직연금 사업자가 관여해야 할 부분은 남아있다"면서 "아직 법안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정립될지를 지켜봐야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한편 퇴직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투자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상품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지나치게 안정성 위주로 투자해야 돼 주식시장이 좋을 때도 수익률에 제약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계약자가 위험선호도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수익률의 상품을 결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