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아닌 도로함몰…서울시, 노후 하수관 관리 등 추가대책
서울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총 7개의 크고 작은 동공(도로 밑의 구멍)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이 아닌 지하철 9호선(919공구) 실드터널 공사에 따른 도로함몰(도로상의 구멍)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서울시와 민간 조사위원회는 28일 '서울시 도로함몰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싱크홀은 대체로 석회암지대 등의 지반에서 물과의 화학작용으로 지반이 녹거나 침식돼 발생하지만, 서울은 주로 화강·편마암 지질로 싱크홀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교수는 "지난 5일 첫번째 동공이 발생한 이후 3주 가까이 진행된 조사위 조사 결과, 함몰 지역은 과거 한강과 근접해 있어 모래·자갈의 연약한 지층이 형성돼 있다"며 "그러나 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충분한 지반보강을 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동공 발생 위치가 장시간 실드 기계가 멈춘 위치 인근에 몰려 있는 점도 이를 뒷바침한다"고 설명했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기계인 실드 TBM을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지하차도 구간에서 공사를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애초 예측한 굴착량 2만 3842㎥보다 14% 많은 2만 7159㎥의 토사를 파낸 것으로 조사됐다.
동공 발생의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됐던 제2롯데월드, 광역 상·하수도관 등은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시는 석촌지하차도 일대를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실드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 9호선 현장에 계측기 703개를 설치해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주변 건물과 지하차도 구조물에도 53개의 계측기를 추가로 설치한다.
또 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가 남아있는 구간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확실한 안전대책을 수립한 후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이번 조사단의 발표를 수용하겠다"며 "사고 구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연평균 681건이 발생하고 매년 그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도로함몰과 관련해 주요 원인인 노후 하수관 등을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우선 2021년까지 5000㎞, 연평균 680㎞의 낡은 하수관을 점검한다. 내년 하수관로 보수 예산은 올해보다 117억원 많은 2200억원으로 책정했다.
내년부터는 대형 공사장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배치하고 하루 지하수 배출량이 100t 이상인 시설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한다. 또 지반탐사장비(GPR) 2대를 추가 도입해 도로함몰지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변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120 다산콜센터로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