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기석 부장검사)는 박찬구(66)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해 수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박찬구 회장은 고소장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9년 주력계열사였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명의의 기업어음(CP)을 4200억원어치 발행해 계열사에 떠넘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워크아웃 신청을 전후해 부실이 우려되는 CP를 사들이도록 해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히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부당지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부도 및 법정관리 등을 피하려고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가 이들 회사의 CP를 매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룹 측은 박삼구 회장의 배임 여부에 대해 "박삼구 회장은 2009년 7월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동반 퇴진한 뒤 2010년 11월에 복귀했으므로 당시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고소장과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박찬구 회장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박찬구 회장은 넷째 아들이다. 두 사람은 대우건설 인수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을 분리 경영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양측은 고소 1건, 소송 제기 2건을 추가하며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지난 2월에는 동생 박찬구 회장 측이 형 박삼구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문건을 빼돌려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내게 한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3월에는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자 동생 박찬구 회장 측이 주총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낸 데 이어 박삼구 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