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뒤엎고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최종 결정했다.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행장이 한꺼번에 중징계 통보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관련 이 행장은 이날 전격 사임의사를 밝혔다.
반면 임 회장은 진실규명은 물론 조직안정과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원장은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의 중징계는 최 원장의 결재로, 임 회장의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을 한번 더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그는 임 회장에 대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보고를 받았는데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고, 국민은행의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에 대해서는 "작년 7월 이후 감독자의 위치에서 주 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았는데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해 위법과 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함에 따라 사태 확대를 방치했고,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했다"고 중징계 사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주전산기 사업과 관련해 국민은행 본점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관련 컨설팅보고서를 유닉스에 유리하게 작성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고 주전산기의 유닉스 전환 관련 성능검증(BMT) 결과와 소요비용을 이사회에 허위보고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임 회장의 징계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이달말쯤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며 이밖에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임직원 87명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됐다.
앞서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김중웅 KB국민은행 이사회 의장과의 면담을 갖고 특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KB금융지주 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회장은 이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중징계 결정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하고 KB금융의 조직 안정과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지주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더 큰 내부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을 자제했고, 과거의 예로 봐서 제재심의 결과가 충분히 최종 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우려하던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앞으로 KB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서 주전산기 교체 관련 진실 즉 부당압력 행사 및 인사개입 등에 대한 오해가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 원장이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밝힌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당연히 자회사의 인사나 IT 시스템 교체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부당한 개입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며 "임 회장은 당분간 경영 정상화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은 "KB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조직 안정화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 임직원 및 이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사퇴의사를 밝힌 이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장과 KB금융 내분사태는 당분간 이사회를 중심으로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는등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