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빚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직무정지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금융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고,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안건을 심의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로 상향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의 중징계보다 한 단계 상향된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임 회장은 공식적으로 제재를 통보 받은 날로부터 KB금융지주 회장 자격을 잃게 된다.
◇ 금융당국, 임 회장에 직접 사퇴 압박
금융위의 이번 결정에는 임 회장에 대한 정부의 곱지않은 시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주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 직후 물러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달리 임 회장은 그간 두차례의 기자간담회와 계열사 사장단 성명을 통해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고, 법적 구제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런 모습은 금융당국, 넓게 보면 정부 전체에 대해 저항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결국 금융위는 최 원장이 선택한 문책경고로는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제재 수위를 한 단계 올리기로 결정했다.
문책경고 자체가 사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임 회장이 버틸 경우 금융당국으로서는 별다른 추가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직무정지를 통보받으면 임 회장은 그 순간부터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경영에 일절 관여할 수 없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
◇ KB금융, 경영공백 불가피
KB금융그룹은 패닉에 빠졌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직무정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다들 당혹스러워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못 잡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KB금융의 경영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지우 부행장이 국민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그룹 전체의 경영은 올스톱될 전망이다.
우선 LIG손해보험 인수 등에서 당국의 비협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KB금융은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승인 여부는 내달 말 금융위 회의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승인을 거부하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무산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다만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면 여러 문제에 부딪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또 국민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발표하면서 "국민은행의 내부 통제와 관련된 정밀 진단을 통해 전반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그 결과에 따라 취할 조치가 무엇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윤웅원 부사장 직무대행 맡을듯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임영록 회장의 직무정지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다. 임 회장의 직무대행은 윤웅원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9명의 사외이사는 이날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회동을 갖고 임 회장의 직무정지에 따른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원회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 제재를 받아 이날부터 3개월 간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의 직무정지에 따라 회장 직무대행 선임과 비상경영체제 가동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임 회장의 직무정지가 예상치 못한 결과여서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며 "사외이사들과 함께 여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의 직무정지라는 위기 상황을 맞은 만큼 조속히 회장 직무대행을 선임하고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