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사진 가운데)이 제16차 금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소송 제기 가능성을 밝히면서 KB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위는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내부 갈등을 빚은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안건을 심의한 결과,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로 상향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의 중징계보다 한 단계 상향된 것으로 직무정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발효됐다.
금융위는 제재조치안을 수정한 사유에 대해 "임 회장이 주 전산기 교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수차례 보고받았으면서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고,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KB금융 내부 갈등이 금융권 신뢰 추락을 야기한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임 회장이 소송 등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KB금융의 내분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에서 내려진 결정에 우려를 표하며 "이번 결정은 과거 2개월이 넘도록 심도있게 검토해 경징계로 판단한 금감원 제재심의 결정을, 금융감독원장이 단 2주만에 중징계로 바꾼 후 다시 금융위에서 한 단계 높인 것"이라며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전환 사업은 의사 결정과정 중에 중단돼 실제 사업에는 착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로부터 직접 발생한 손실이나 전산 리스크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관리감독부실과 내부통제 소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결정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임 회장은 이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서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조직안정과 경영안정화를 위해 대충 타협하고 말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KB금융은 지난 4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중징계 확정과 함께 사임한 데 이어 임 회장의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경영 공백 사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사회가 임 회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제재조치안 의결 직후 간부회의를 열어 KB금융의 경영리스크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신 위원장은 "이번 KB금융사태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내부통제제도가 조직문화로 자리잡지 못할 경우 금융에서 생명과도 같은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른 시일내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련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이 검찰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부위원장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 합동 비상대응팀을 구축하고, KB금융지주와 은행 등에 금감원 감독관을 파견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