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추진으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이 노조에 채찍을 꺼내들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임시조합원 총회 참석과 관련한 노동조합원 898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징계심의에 착수키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서면으로 징계 대상자들의 소명을 받고 있다"며 "인사위에 직접 출석해 진술하겠다는 사람도 있어 심의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 사안으로 약 900명의 직원이 인사위에 넘겨져 징계를 받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은행권 사상 최대 규모로, 닷새에 걸친 인사위 개최도 이례적이다.
징계 사유는 은행 인사규정과 취업규칙에 근거한 업무지시 거부, 업무 방해, 근무지 무단 이탈 등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3일 외환은행 노조가 개최하려다 무산된 임시 조합원 총회에 참석했거나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외환은행 측은 임시조합원 총회가 쟁의조정 기간 중의 쟁의행위로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또 법무법인의 의견을 수 차례 직원에게 공지했는데도 자리를 비운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체 직원의 10%가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것은 정상적인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를 가만히 덮고 넘어가면 조직의 기강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대규모 징계를 계기로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조기통합에 반발하는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노조 측은 해당 총회가 단체협약 조항에 따른 정상적인 노조활동에 해당하므로 이번 징계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 대규모 징계조치는 은행측이 2.17 노사정합의에 반하는 조기통합을 강행하면서 이에 필요한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하자, 노동조합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취하는 조치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경영진이 진정 노동조합과의 대화와 타협을 원한다면 징계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대규모 징계는 노조 파괴 공작으로 규정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외환은행은 지난달 19일 '통합을 위한 양행 은행장 선언식'을 열고 조기통합을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