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근속 중공업 베테랑…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정유업계 유일 흑자기록
위기의 현대중공업이 15일자로 사장단 일부 인사를 단행하며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권오갑(63)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임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로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내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 3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파업을 위한 쟁의조정 신청을 해 19년 무분규 기록이 깨졌다. 1973년 회사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국내 조선업계는 2008년 유럽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환율 하락, 중국산 저가 선박의 범람으로 가파른 수익률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돈을 펑펑 쓰던 유럽의 주요 선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 주머니가 마르자 선박 발주 가격을 후려쳤고, 국내외 조선사들은 실적 악화가 눈에 보였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출혈경쟁을 벌였다.
수준잔량 기준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도 저가 수주에 뛰어들었다. 결국 2010년 15%에 달했던 현대중공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3%로 뚝 떨어졌다. 올해 2분기에는 사상 최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신임 권 사장은 1978년부터 2009년까지 30년 넘게 현대중공업에 몸담은 이후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서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2010년부터 4년간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맡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로는 정유업계 막내(4위)지만 업계가 적자에 허덕이는 동안 올해 상반기 유일하게 142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1~2013년 영업이익률도 정유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권 사장은 "국내 조선사들이 그동안 해외에서 기대 이상의 호황을 누리며 안주한 측면이 강하다"며 "조선사들끼리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치며 실적 악화를 불러왔고, 작업 현장에서도 회사의 생존보다 노조원들의 이익만 챙기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지적했다.
권 사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현대중공업 주가는 15일 장시작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며 오전 11시 현재 전주보다 1500원 오른 13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인사는 그룹사 경영을 쇄신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날 주가가 오른 것은 현대오일뱅크에서 기록한 실적을 현대중공업에서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영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오일뱅크 대표로는 문종박 기획조정실장이 내정됐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경영을 총괄해온 이재성 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났다. 조선·해양·플랜트사업을 총괄하는 김외현 대표는 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