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분쟁 재발…매번 소송전 이어져
스스로 경쟁력 깎아 내린다는 지적
가전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파손 논란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고 경영자(CEO)를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파손된 세탁기 중 한 대를 현재 베를린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초강수를 띄우면서 양사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발단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기간에 불거진 세탁기 파손 논란이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임직원이 베를린 양판점 '자툰 슈티글리츠'에서 자사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도어 연결부(힌지)를 고의로 파손하는 장면을 CCTV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14일 LG전자 HA사업본부 조성진 사장을 비롯해 세탁기 담당 조모 임원, 신원불상 임직원 등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LG전자는 "해외 출장 시 경쟁사의 현지 제품과 사용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어느 업체든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라며 "당시 세탁기를 비롯해 타사 제품도 두루 살펴봤다. 그런데 다른 회사 세탁기들과 달리 유독 특정 회사 특정 모델은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고 주장했다.
두 기업 사이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5월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면서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둘러싸고 양사가 지난해 9월까지 소송전을 치렀다. 같은해 8월에는 삼성전자가 자사와 LG전자의 냉장고 용량을 실험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양사는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다 법원의 중재로 1년만에 갈등을 마무리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에어컨 시장점유율 1위라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논란 역시 두 기업 사이의 깊은 골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사장급의 경영진을 실명으로 수사 의뢰한 것은 처음이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논란에 대해 곧바로 사과하지 않은 것 때문에 삼성전자가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 같다"며 "LG전자는 통상적으로 있었던 관행에 삼성전자가 과민 반응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어 한동안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업체간에 서로의 입장을 얘기해봐야 이전투구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조사를 통해서 정확한 정황이 밝혀질 것이기 때문에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가전 시장 1위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있는 두 기업이 올해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 강화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도가 지나친 경쟁으로 스스로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경쟁 관계를 넘어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