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캣우먼!
전 천성적으로 좀 느리고 여유로운 상태를 좋아합니다. 일할 때나 남들이 답답해할 때도 종종 생기지만 허둥지둥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저도 너무 당황하게 됩니다. 과정이 그렇다 보니 결과물도 안 좋아서 뭔가 끝마친 뒤에도 찜찜하거나 완전히 지쳐버려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겠구나 타협하고 정신줄을 붙들며 '작은 일 하나하나씩 하다 보면 끝이 나 있겠지'라는 맘으로 하루를 보내면 직장 일은 언제나 스케줄에 따라가기 바쁘네요. 시간이란 자원은 한정되고 여가시간이 없어서 기분이 가라앉아요. 시간에 쫓기는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일들을 금방금방 해치워 버리는 부지런한 사람들, 부럽네요. 어떻게 하면 긴장과 여유의 밸런스를 잘 맞추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거북이)
Hey 거북이!
통제력을 상실하는 위기감과 이 위기감으로 인한 수치심은 괴롭긴 합니다. 그런데 전 당신과 반대로 천성적으로 성질이 급하고 항상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조급증이라 그런 제가 너무 싫습니다. 내일 일을 오늘 미리 하고 모레 일을 내일 미리 해놓으면 결과적으로 쫓기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제가 보기엔 '최적의 속도'로 사람이 일하고 움직인다는 것은 마치 '일과 가사를 균형있게 양립'한다는 말만큼이나 거의 존재 않는 신기루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일을 허둥지둥하든 마감이 닥쳐서 허둥지둥하든 '일'이라는 건 항상 어느 단계에선 쫓기는 기분이 듭니다.
'일을 빨리 한다'가 일을 잘하고 '일을 느리게 한다'가 반드시 일을 못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일에 따라 필요한 성향과 능력이 달라지니깐요.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의 느긋함으로 업무에서 구체적인 실수가 세 번 이상 있었다면 그 일을 맡지 않거나 상사와 개선방향을 협의해야 합니다.
또 나의 성격으로 주변사람을 피곤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하지 않는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타고난 그 성격을 만회할 수 있는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같은 것이 있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캣우먼)
임경선 칼럼리스트(askcatwoma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