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쿨링을 하고 있는 정채건 군이 국제 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기자단으로 활동한 활동집을 들고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비정부기구인 그린피스 활동 때 정채건(가운데) 군 모습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 학교 밖에서 자신만의 학교를 개척한 친구가 있다.
남들이 모두 다니는 학교가 아닌 그는 언스쿨링(Un-schooling)을 택했다.
집에서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는 홈스쿨링과는 다른 언스쿨링은 집이나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서 배우는 것을 말한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은 같으나 홈스쿨링(Home-schooling)은 부모님의 역할이 크고 언스쿨링은 자신의 역할이 큰 차이점이 있다.
중학교 졸업 뒤 3년째 언스쿨링을 하고 있는 정채건(19) 군을 만났다.
◆ "언스쿨링, 오히려 남들보다 빠른 길"
채건 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안식학년을 통해 언스쿨링을 선택하게 됐다. 안식학년은 교육의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채건 군의 부모님이 먼저 제안했다.
"안식학년을 하게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해서 1살 어린 학생들과 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내 1~2년 늦고 빠른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건 군은 대안학교를 통해 얻은 폭넓은 시야와 가족들의 믿음으로 언스쿨링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3년 동안 언스쿨링을 하고 있는 채건 군은 언스쿨링을 '자유로움'이라고 정의 내렸다.
"하고 싶은 것을 학교 때문에 당장은 못하고 미룰 수 있는데 나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계획해서 실천할 수 있다."
채건 군은 안식학년과 언스쿨링을 통해 피아노도 배우고 매일 운동장 20~30바뀌를 꾸준히 달리며 총 22kg를 감량했다.
또 중학교 때 영어를 싫어했던 채건 군은 언스쿨링 기간 동안 꾸준한 영어회화 공부로 외국인과의 소통이 가능해졌다.
"영어회화 시작한 지 한달쯤 그린피스 첫 봉사활동을 나갔는데 외국인 활동가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채건 군은 이밖에 '세이브 더 칠드런' 기자단 활동 등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 "스스로에게 엄해져야 한다"
채건 군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자유라는 언스쿨링을 통해 자신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 자신한테 엄해지면 컨트롤하기 쉬워진다."
자신만의 스케줄 및 계획을 짜는 데는 어느정도 기간이 필요하며 계획이 잡히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기도 하고 3개월 동안은 아무것도 안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일정선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해야 할 두가지를 정해놨다. 저는 영어회화와 운동을 정했다."
그는 언스쿨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부모님을 100% 설득해야 한다. 확실한 동의가 있지 않으면 부모님과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또는 부모님 뜻에 따라가게 된다."
부모님과의 의견 차이가 최대한 좁혀진 상태에서 시작해야 자유롭고 편안하게 언스쿨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두번째는 자기만의 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찾는 데는 시행착오가 있는 것 같다."
채건 군은 지난해 고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현재 논술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수시를 지원한 상태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포츠 경영'이라는 자신의 꿈을 찾았고 대학에서 더 깊이 있게 배워볼 계획이다.
"언스쿨링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절대 힘든 것도 아니다. 자신감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