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20 WRC 랠리카가 독일 랠리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다.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 환경에서 현대자동차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월드랠리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이하 WRC)에 참가하며 모터스포츠를 마케팅에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참여는 1981년 마카오랠리에서 포니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엘란트라와 티뷰론으로 랠리대회에 참가했으며, 본격적으로 모터스포츠에 뛰어든 것은 2000년부터다. 현대차 유럽법인이 2000~2003년 '베르나 랠리카'로 WRC에 도전, 4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둔 것. 1973년 처음 시작된 WRC는 양산차를 경주용 차량으로 개조해 완성차업체 간 경쟁을 펼치는 대회로, F1과 함께 전 세계 자동차 경주대회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WRC는 5개 대륙 13개국에서 매년 개최되며, 비포장도로와 아스팔트, 눈길 등 다양한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특성상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연간 800억~900억원의 투자비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10년여 동안 WRC에서 철수했었다.
그러다가 정의선 부회장이 모터스포츠 참가를 독려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2년 파리 모터쇼에서 i20 WRC 경주차를 전시하면서 WRC 복귀를 선언한 현대차는 독일 바이에른주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설립했으며, WRC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인 미쉘 난단 총 책임자를 필두로 남양연구소 전담 엔지니어와 유럽 랠리카 전문 엔지니어들의 협업을 통해 극한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차량을 개발했다. i20 경주차는 300마력 급의 배기량 1.6ℓ 엔진을 기본으로 4륜구동 시스템, 6단 시퀀셜 기어박스, 에어로 다이내믹 튜닝 파츠, 전용 서스펜션 등이 장착됐다.
현대차의 '현대 쉘 월드 랠리팀'은 2014년 1월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2014 WRC의 1차 대회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 랠리 챔피언을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3월 멕시코 대회, 6월 폴란드 대회에서 잇따라 시상대에 올랐으며, 지난 8월 22~24일(현지시간) 열린 WRC 독일 랠리에서는 드라이버 부문 1·2위, 제조사 부문 1위에 오르며 출전 첫 해에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우승은 팀을 결성한지 18개월, 대회에 출전한지 아홉 번째에 이룬 성과이고 한국 메이커가 FIA 주관 세계 모터스포츠대회에서 거둔 첫 번째 우승이다.
미쉘 난단(Michel Nandan) 현대차 월드랠리팀 총책임자는 "9번의 대회 참가 만에 1, 2위를 차지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우리 현대 i20 WRC팀은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WRC 참가를 통해 고성능 이미지를 더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랠리카 개발 및 대회 참가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향후 개발될 양산차에도 적극 반영해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인다는 계획이다.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로 '모터스포츠 대중화' 시도
지난 7월에는 인천 송도 도심 서킷에서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이 열렸다.
현대차는 2003년 '클릭스피드페스티벌'을 시작해 국내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앞장섰다. 새로운 선진국형 자동차 문화와 레저문화 창출을 위해 시작한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은 2003년 4월 개막전 경기를 시작으로 연간 총 7회의 대회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최해 모터스포츠 마니아와 일반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2010년까지 이어진 클릭스피드페스티벌은 2011년부터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로 명칭을 변경하고 참가 차종을 확대했다. 지금은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과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아반떼·K3 쿱 챌린지 등의 종목을 갖춰 프로와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다양하게 참가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MBC '무한도전'팀이 개막전에 참가해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CJ슈퍼레이스 참가를 위해 제작된 제네시스 쿠페 380GT 머신.
현대차는 본격적인 프로 레이서들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2009년 CJ 슈퍼레이스에서 제네시스 쿠페 380GT 레이싱 머신들이 참가하는 원메이크 레이스 '슈퍼3800 클래스'가 시작돼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경기용으로 튜닝된 제네시스 쿠페는 레이싱용 휠과 GT 윙 스포일러를 장착했으며, 안전연료 탱크와 쇼크 업소버 등을 개조해 강력한 주행 성능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같은 데이터 로긴 세트, 6점식 안전벨트, 롤케이지 등 레이싱 머신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현대차는 'KSF 제네시스 쿠페 아카데미'도 마련, 참가한 일반인들에게 ▲전문 카레이서의 드라이빙 테크닉 강의 ▲실전 서킷 드라이브 ▲서킷 라이선스 발급 등 색다른 체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러한 국내외에서의 활동은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양산차 기술향상에도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스쿠프-티뷰론-투스카니-제네시스 쿠페 등의 스포츠 쿠페·스포츠카를 개발하면서 고성능 자동차 기술을 상당부분 축적할 수 있었다. 업계와 소비자들은 2015년 데뷔가 예상되는 제네시스 쿠페 후속 모델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