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90개는 어려워…4대 프로 스포츠 우승 '올킬' 관심
지난달 19일 개막한 인천 아시안게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오는 4일 폐막식을 끝으로 16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5개 회원국 1만3000여 명 선수단이 금메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36개 전 종목에 선수 831명, 임원 237명 등 총 1068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대회 5회 연속 종합 2위 수성과 금메달 90개를 목표로 한 한국은 1일 오전 10시 현재 금메달 54개, 은메달 55개, 동메달 61개를 따내며 중국(금 126·은 80·동 62개)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금 37·은 54·동 55개로 3위에 올라 한국과의 금메달 격차 17개를 기록 중이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만큼 홈 이점을 최대한 살려 1986년 서울에서 금메달 93개, 2002년 부산에서 96개의 금메달로 2위를 차지했던 수준의 성적을 재현하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남은 일정으로 봤을 때 종합 2위 수성은 무난하나 목표했던 금메달 90개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 부담감·부상…금빛 후보 발목잡아
안방은 홈 이점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부담감이다.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기 종목이나 금메달 유력 후보 선수들에게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대회 초반 한국에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여겼던 사격에서 진종오와 김장미가 개인전 금메달을 놓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사격은 지난 광저우 대회 보다 5개 적은 8개의 금메달을 일궈냈다.
7개 종목에 출전한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 역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태환은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따내며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세 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총 20개의 메달을 목에 걸며 신기록을 세웠지만, 자신의 이름까지 내건 경기장에서 치른다는 부담 탓인지 금메달은 아쉽게 목에 걸지 못했다.
남자 복식 세계랭킹 1위로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용대-유연성 역시 세계랭킹 2위인 인도네시아의 모하마드 아흐산-헨드라 세티아완에 금메달을 내줬다. 한국 배드민턴은 7개의 금메달이 걸린 세부 종목 중 유일하게 남자단체전에서만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 종목 석권으로 금메달 4개를 목표했던 골프 역시 여자 개인전에서 따낸 박별의 금메달이 유일했고, 레슬링 남자 자유형에선 동메달 4개에 그치며 '노골드'로 대회를 마쳤다. 그나마 지난 30일 그레코로만 형 71㎏급에서 정지현이 따낸 금메달로 레슬링 금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같은날 대회 첫 태권도 경기에서 4체급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윤정연의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도마의 신' 양학선은 햄스트링 부상에 최고 난도 기술을 구사하지 못하고 도마 부문 은메달을 따는데 만족해야 했다.
◆ 비인기·불모지 종목서 터진 금
그나마 펜싱이 금메달 8개를 수확하며 선전을 펼쳤다. 펜싱 대표팀은 금8·은6·동3개를 따내며 역대 최고 기록으로 종합 2연패를 달성했다. 4명이 2관왕에 올랐고 단체 여자 플뢰레 5연패, 단체 남자 에페 3연패 등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다.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승마와 금메달 5개를 따낸 양궁, 유도는 기대치에 부응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의 메달 불모지로 여겨졌던 종목에서도 메달 소식이 잇따랐다. 특히 요트 종목에서 4개 금메달이 쏟아졌다. 남자 470의 김창주·김지훈, 호비16의 김근수·송민재, 남자 옵티미스트의 박성빈, 남자 레이저의 하지민 등이 30일 금 4개를 합작했다. 옵티미스트의 박성빈은 14세의 나이로 아시아 정상에 섰다. 한국 선수단 중 2번째로 어린 그는 한국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영광을 안게 됐다.
조광희는 카누 종목에서 24년 만에 금메달을 수확했고 조정에서 지유진과 김예지가 금메달 2개를 보태며 그동안 금맥이 꽉 막혀있던 종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한국에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한 종목도 우리에게 낯선 우슈 종목이었다. 이 종목에 첫 출전한 이하성은 장권에서 금메달을 따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산타 75㎏급에 출전한 김명진도 금메달을 따내며 우슈 금맥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 정구는 시작과 함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김형준과 김보미가 남녀 단식에서 각각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후반부에 몰려있는 경기에 힘을 실었다. 이런 큰 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는 것이야말로 정구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뭉클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야구·축구·농구·배구 4대 스포츠 석권 기대
대회 14일 차인 2일부터 한국 선수단은 구기 종목과 '효자 종목'인 태권도를 중심으로 막판 금빛 도전에 나선다. 태권도는 2일 남자 63㎏급 이대훈을 필두로 3체급에 출전하고 3일에는 남자 54㎏급에 나서 금빛 발차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남자 축구는 북한을 상대로 2일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한다. 배구도 남녀 모두 선전 중이다. 특히 여자 대표팀은 2일 오후 중국과 금메달을 놓고 결승을 치른다.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3-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진출한 대표팀은 지난 광저우에서 은메달을 안긴 중국에 반드시 승리한다는 각오다.
이미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나머지 종목들이 금빛을 이어 '4대 프로 스포츠' 전 종목 금메달 석권이라는 타이틀도 노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