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세상 음악으로 위로해 주고 파"
정규 2집 '홈'으로 돌아온 가수 로이킴
학교 수업 끝나면 오로지 음악만 몰두
가수 로이킴(22)은 지난 2012년 엠넷 '슈퍼스타K 4'의 우승을 거머쥐며 데뷔와 동시에 스타 자리에 올랐다. 자작곡으로 채워진 데뷔 앨범 발매부터 드라마 OST, 라디오 DJ 등 여러 분야에서 정신없이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홀연 미국행을 택했다. 가수가 되기 이전에 그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경영학과 학생이었다. 학교생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음악 만드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 집으로 돌아오다
그가 고향 한국 땅으로 돌아오며 들고 온 정규 2집 제목은 '홈'이다. 긴 유학 생활에 집이 그리웠을까. 앨범 이름과 동명의 타이틀곡 '홈'은 가을에 어울리는 잔잔한 느낌의 포크송으로 사랑 이야기가 아닌 듣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가사가 특징이다.
"사실 '홈'은 제 스스로 위로가 필요할 때 쓴 노래예요. 올해 초 겨울이 지나고 봄에 학교를 다니며 쓴 곡이죠. 학교 수업 끝나고 남는 자투리 시간엔 음악 밖에 안 했어요. '힘들 때면 집으로 오면 돼'라고 말하는 곡이죠. 위안을 기대하며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게 정말 친한 친구 아니면 가족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전부 털어놓기엔 각자만의 어려움이 있으니까. 서로를 위로해주기에도 각박한 이 세상에서 음악으로라도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데뷔 앨범에서 봄을 노래했던 그는 이번에 가을을 노래한다. 창작자가 느끼는 봄과 가을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해요. 꽃피는 봄이 설레는 느낌이라면 가을은 쌀쌀해지면서 마음도 시려지는 거죠. 하지만 '홈'은 그걸 생각하면서 쓴 건 아녜요. 미국에 있을 때 계속 노래 작업을 해왔고 작업곡들이 쌓이면서 '이제 앨범을 내게도 되겠다'싶어 가을에 맞는 곡들을 추려서 나오게 된 셈이죠."
◆ 욕심쟁이 싱어송라이터
데뷔 초 그의 이름 앞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무엇하나 빠지는 것 없이 잘난 사람을 뜻하는 '엄친아'라는 별명은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미국 유명대학 재학생이라는 사실까지 그 별명만큼 잘 어울리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엄친아'보다 '싱어송라이터'라고 불리길 바랐다. 정규 앨범 두 장을 모두 자작곡으로 채웠다는 사실만보더라도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홈' 발표에 앞서 꽤 독특한 행보를 택했다.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오늘부터 출근'에 출연한 것이다.
"만약 제가 음악을 안 했더라면 경영학과 학생이니까 아마 졸업 후에 회사원이 됐겠죠? 물론 취업이 굉장히 어렵지만 말예요(웃음). 제가 만일 100년을 살 수 있다면 그 안에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하고 싶어요. 회사원도 그 리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하지만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이뤄질 수 없는 꿈이 됐는데, '오늘부터 출근'을 통해 경험하게 됐어요. 주위 친구들이나 형들이 회사에서 인턴 하는 걸 보면서 '회사원 생활은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좋은 기회가 온 거죠."
잠깐이지만 회사 생활을 경험했던 그는 "전공을 살리는 일은 좀 아닌 것 같다"며 농담 섞인 소감을 말했다.
◆ 든든한 친구들
그의 곁엔 든든한 친구들이 있다. '슈퍼스타K 4'를 함께 거친 정준영·에디킴(김정환) 등이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그에게 행복한 순간이 없다고 한다.
"술을 잘 못 마셔요. 사실 남자 둘이 술 마시는 게 싫어요(웃음). 농담이고, 술을 마시면 얼굴부터 몸까지 다 빨개져서요. 또 진지한 얘기를 하기 위해 굳이 '술 한 번 마셔야지' 이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카페에서 만나서 하루 종일 앉아 수다 떠는 게 좋아요."
음악 이야기만 나눌 수 있다면 그에게 친구란 국경도 나이도 중요치 않아 보였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천재 기타리스트 소년' 정성하와 함께 작업했다.
"성하는 제이슨 므라즈 내한 공연에서 처음 만났어요. 므라즈가 내한할 때마다 성하와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성하가 또 제 음악을 좋아해줘서 '같이 해보자'해서 인연이 시작됐죠. 이번에 노래 만들고 나서 성하에게 혹시 기타 연주를 해 줄 있는 지 물어봤더니 한걸음에 청주에서 달려와 줬어요."
엄친아, 경영학과 학생, 가수, 누군가의 친구. 그가 바라는 스스로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음악만이 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