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대거 낮춘 반면, 대출은 가산금리를 올려 기존 수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에 금융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대표 예금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1년 기준)의 현재 기본금리는 연 2.1%로 우대금리를 더한 최고 금리인 연 2.18%와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본금리가 연 2.3%, 최고 금리가 연 2.6%였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하락 기조가 이어졌다.
국민은행이 우대금리 수준을 기존 0.3%포인트에서 0.08%포인트로 대폭 축소한 데 기인했다.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기본금리와 달리, 우대금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국민은행 측은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우대금리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예금 규모가 63조원으로 국내 최대 예금인 신한은행의 'S드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지난해 말 연 2.5%에서 현재 연 2.1%로 낮아졌고, 최고 금리도 연 2.7%에서 연 2.15%로 크게 내렸다.
신한은행은 우대금리를 기존 0.2%포인트에서 0.05%포인트로 크게 낮춰잡았다.
외환은행의 경우에도 우대금리를 기존 0.24%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줄이면서 기본금리와 최고 금리의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이 은행의 대표 예금인 'yes큰기쁨예금'의 최고 금리는 지난해 말 연 2.65%에서 현재 연 2.25%로 낮아졌다.
SC은행도 우대금리를 기존 0.2%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축소하면서 대표 예금 '퍼스트정기예금'의 최고 금리가 지난해 말 연 2.65%에서 현재 연 2.15%로 떨어졌다.
그러나 은행들은 예금 금리는 시장금리 하락분보다 더 낮추면서도 대출 금리는 그대로 유지하도록 만들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기본금리인 코픽스 하락분을 상쇄할 정도로 대출 가산금리 인상폭을 올린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의 현재 금리가 연 3.27%로 지난해 말 최저 연 3.3%에서 0.0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 은행이 지난 4~5월에 걸쳐 두 차례 이 대출의 가산금리를 0.2%포인트씩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출 금리는 지난 7월 말 연 3.57%로 되레 오르기도 했다.
농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신규 코픽스 연동) 금리는 올 들어 더 상승했다.
농협은행의 현재 대출금리는 연 3.48%로 지난해 말 최저 연 3.18%에 비해 무려 0.3%포인트나 올라갔다.
지난 2월까지 제공하던 최대 1.7%포인트의 금리 할인 혜택을 3월부터 1.0%포인트로 대폭 축소하고서 지금은 1.25%포인트 수준을 제공한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1년 만기 신규 정기예금의 금리 하락폭은 올 1~8월 동안 0.38%포인트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낙폭은 0.24%포인트에 불과했다.
금융소비자단체 측은 은행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금리를 자의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금융소비자들의 금리 혜택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