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천해지, 동부그룹, STX 등 기업 부실 대출과 구조조정 문제가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기업은행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 집중 타켓이 됐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세월호 대출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지난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에 대한 대출 100억원 중 80억원을 실행하면서 감정평가도 하지 않은 채 대출을 해줬다"며 "산업은행은 청해진해운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보다 매출원가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세월호 대출에 대한 사업성과 상환능력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감정평가가 이뤄진 것은 80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후 4개월이 지난 올해 1월로 당시 산업은행은 세월호의 개보수자금으로 20억원을 추가 대출해줬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청해진 해운의 세월호 구입과 관련해 감정평가서를 작성하기 전 대출을 해주는 등 특혜가 있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세월호 뿐만 아니라 그 이전 다른 선박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졌다"며 "감정평가서를 작성하기 전이지만 관행상 배값을 계약서 기준으로 먼저 지원하고, 감정평가서가 나온 후 증축비용 20억원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세월호 도입 당시 산업은행의 여신승인신청이 부실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0억원의 대출을 하면서 청해진해운의 계열회사와 주요 주주에 대해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며 "선박 개보수 비용도 회사 측이 제시한 견적서를 토대로 개략적으로 사정하는 등 날림으로 심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2년 5월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실시한 자체 안전경고장치인 '론모니터링'의 결과 역시 무시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론모니터링에서 최근 2년 연속 매출액이 감소한 청해진 해운은 매출액 감소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실제 대출에서는 이런 결과가 무시됐다"고 추궁했다.
이에 홍 회장은 "2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고 해서 대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 거가대교 완공으로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제주 노선 취항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답변했다.
청해진해운 이외에 천해지 등 다른 관계사들에 대한 부실 대출도 질타 대상이 됐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천해지는 다판다, 세모 등 유병언 일가가 보유한 기업인데도 산은에서 대출심사를 할 때 계열사와 주요 주주에 대해 점검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훈 새누리당의원은 "기업은행 역시 천해지에 대출한 금액이 6월 현재 154억원"이라며 "이 중 천해지가 담보로 제공한 물건의 감정액은 134억이지만 222억원의 담보를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천해지는 이미 6월 17일부터 연체가 발생해 6월 20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기업은행은 98억8000만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도 "천해지의 담보금이 적은데도 신용대출이 크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천해지는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생각했다"며 "대출채권을 충분히 매각해 10월말 이전에 19억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채권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산업은행의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추궁됐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동부그룹의 경우 구조조정 진행도 더디고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동부제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MOU)에서 김준기 회장에게 우선매수협상권을 줄 수 있도록 한 부분이 문제된다"고 꼬집었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STX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부실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홍 회장은 '부실 문제를 다 털고갔느냐'는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지난해 STX에 신규로 들어간 자금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고, 출자전환 부분도 예상손실 처리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만 "동부그룹에 총 1조9천억원의 여신이 나가있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으면 올해 수익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그룹 구조조정과 금호그룹 구조조정에 따른 대우건설과 KDB생명(옛 금호생명) 인수로 총 1조4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