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 부근에서 침투 도발을 하는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실세 3인방이 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가를 명분으로 전격 방문한 직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현실은 다르다.
북한의 도발은 10월 들어서만 네 차례다. 7일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 데 이어 10일에는 대북 전단을 실은 풍선을 향해 고사총탄을 발사, 총탄이 남측에 떨어졌다. 북한군은 18일 철원의 비무장지대내 MDL에 접근하다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철수했다. 19일에는 파주 북방에서 우리 군의 경고 사격에 대응 사격을 실시해 비무장지대 안의 남북한 초소 사이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은 20일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전화 통지문을 보내 우리측 경고 사격 등을 비난하면서 "MDL 일대 순찰 활동을 계속하고, (남측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리 군도 남측 단장 명의 답신 전통문을 보내 정당한 절차에 따른 대응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정부가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30일 개최를 제의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21일 현재까지 북한은 아무런 답변을 보내지 않은 채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측 제의에 답하지 않으면서도 대북 전단과 같은 현안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등 대화의 여지는 남기고 있다. 남북 모두 대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더라도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에게 대화 주도권을 뺏겨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북한의 이같은 행위는 대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남북 관계의 현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측이 정찰 활동을 빌미로 소규모 총격전을 유도해 MDL 일대에서의 우리 군 대응 절차를 완화하는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전날 "민간 단체의 전단 살포 등의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서 우리 측에 도발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그런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은 무모한 군사적 도발과 정전 협정 위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
북한이 우리 민간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가운데 오는 25일 또 다시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돼 있어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고위급 접촉은 물론 남북 관계의 악순환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