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새 회장에 윤종규 후보 내정…" 외풍보다는 조직 안정 택했다"
리딩뱅크 위상 회복 급선무· 내부결속·LIG손보 인수등 과제 산적…리더십 발휘기대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59)이 KB금융지주 새 회장에 내정됐다. 외풍보다는 조직 안정을 위해 후보 중 가장 오래 KB에 몸담았던 경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22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5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회추위는 최종 면접자 4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마친 뒤 투표를 통해 윤 전 부사장을 새 회장 후보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했다.
심층면접은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순서로 각 90분씩 진행됐다.
회추위 관계자는 "1차 투표에서 윤종규 후보와 하영구 후보는 5대 4의 득표를 했고, 2차 투표에서 이사 한 분이 하 후보에서 윤 후보로 마음을 바꿔 6대 3 득표를 했다"고 밝혔다. KB금융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선 9명의 사외이사 재적인원 중 3분의 2인 6표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1·2차 투표에서 두 후보가 한 표 차의 승부를 벌인 것이다.
윤 전 부사장의 차기 회장 내정은 KB금융그룹 내부 출신이 KB를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있었으나, 이러한 여론에 밀린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KB는 외풍보다는 조직 안정을 선택했다.
윤 내정자는 당장 KB의 위상을 회복하고, 글로벌 뱅크로 도약시켜야 할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됐다.
그동안 KB가 겪은 일련의 악재로 직원 사기는 물론 고객들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익성 역시 은행권의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다.
우선 KB의 경영 공백을 메우는 일이 급선무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KB지주는 윤웅원 부사장이, 국민은행은 박지우 부행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국민은행은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과 금융당국의 검사, 임직원 제재로 일부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 왔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KB는 두 수장의 사퇴를 불러온 전산교체 갈등 외에도 여러 금융사고로 고객들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고 전했다.
수익성 회복도 윤 내정자의 당면한 중요 과제다.
국민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적지 않은 이익 규모를 자랑했다. 국민은행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바꿨다.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5462억원에 불과해 우리은행(5267억원)과 더불어 순익이 주요 은행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 회복도 절실한 시점이다. KB는 LIG손해보험 인수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앞두고 있어서다. 향후 LIG손해보험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KB금융의 총자산은 약 319조원이 될 전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KB금융 차기 회장에 윤종규 전 부사장이 선출된 것과 관련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추된 KB의 명예를 회복하고, 하루빨리 정상화되는데 노력해줬으면 한다"면서 "KB금융 사태가 잘못된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미래지향적인 회사 구조를 갖추는데도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전문가가 수장이 된만큼, 산적한 현안을 잘 풀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KB회장추천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어수선한 KB그룹 내부 분위기를 잘 수습해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다시 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