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백두산 백산수' 시음행사 장면/농심제공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물을 사먹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정부의 생수 판매 규제가 풀리고 기업들이 먹는 물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물에 대한 선호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생수를 비롯해 빙하수·탄산수·화산암반수·알칼리수 등 깨끗함과 기능성을 두루 갖춘 물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시복식 장소에 설치된 하이트진로음료의 석수 급수대/하이트진로 제공
◆100여개 업체 각축전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수브랜드는 모두 100여개에 달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AC닐슨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은 2009년 총 3370억원에서 2011년 4400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5430억원으로 신장했고 올해는 6000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 5년만에 78%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생수 판매량은 총 345만 톤에 달했다.
이같은 생수의 성장세는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2010년부터 올해까지(매해 1월에서 5월까까지) 최근 5년간 음료 매출을 집계한 결과, 2010년까지 전체 음료매출의 15% 가량을 차지하며 3위권에 머무르던 생수는 지난해 20% 가량으로 2위를 거쳐 올해 누계 매출 기준 23.2%로 처음 1위에 올랐다.
이런 경향에 대해 업계는 소비자들이 웰빙이나 다이어트, 미용 등의 건강 트렌드에 맞춰 먹는 물까지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국내 먹는물 시장의 판세는 광동제약의 제주삼다수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삼다수는 여타 업체의 경쟁을 따돌리고 시장점유율 42.5%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해태음료의 강원평창수가 6.3%, 농심의 백두산 백산수가 5.1%를 점유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와 아이시스 8.0이 각각 4.8%, 하이트진로의 석수가 2.2%로 상위 6개 제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5개 업체 6개 제품이 전체 국내 생수시장의 64.9%를 독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생수업체 자존심 싸움 치열
국내 생수업체들은 취수원 전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팔도는 한반도 내륙 남단 최고봉인 지리산을 그대로 담은 생수 브랜드 '지리산 맑은샘'을 6년 만에 새롭게 리뉴얼해 출시했다. 반면에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취수원으로 한 농심(백산수)·롯데칠성음료(백두산 하늘샘)와 한라산 물을 활용한 광동제약(제주삼다수) 등이 삼대산맥을 중심으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하이트진로음료(석수)와 풀무원(풀무원샘물) 등의 식품업체도 생수시장에 뛰어 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남양유업은 '천연수'를 올해 상반기 리뉴얼했다.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물론 CU·GS25 등 편의점도 PB 생수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등 국내 순수 생수 시장은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이탈리아 직소싱 탄산수 '폰테 알레그라'/홈플러스 제공
◆약진하는 탄산수·수입생수
이런 가운데 국내 탄산수와 수입생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최근 집계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생수 중 탄산수의 매출은 전년보다 75.6%, 수입생수는 두배가량(92.8%) 늘었다.
지난 8월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수입생수는 올해 6월까지 프랑스 중심의 유럽산 제품 일색에서 2013년부터 중국산 제품의 유입이 늘면서 전체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의 급증세를 보였다. 수입액은 정점을 찍었던 2012년이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먼저 탄산수는 올해 음료업계의 대표 히트 제품으로 꼽힌다.
건강을 중요시 여기는 웰빙 트렌드의 확산과 탄산의 청량감은 그대로 느끼며, 설탕·색소 등 인공첨가물이 가미되지 않아 탄산음료를 대체할 건강음료로 주목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유리병 패키지로만 출시되었던 프리미엄 탄산수 '디아망'의 페트 패키지를 새롭게 선보였다. 또 지난 5월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유기 게르마늄 성분을 함유한 생수 '카렐의 선물'을 출시해 틈새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존 수입 탄산수 동일 용량 보다 30%에서 최대 80% 저렴한 폰테 알레그라를 연중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입 프리미엄 생수제품들의 차별화가 눈에 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깨끗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욀푸스 스프링' 지역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워터 '아이슬랜딕 글래시얼'을 선보였다.
태전그룹은 자사의 약국 유통 시스템인 오더스테이션을 통해 노르웨이 프리미엄 빙하수 '이즈브레'과 프리미엄급 알칼리수인 '시에나워터'를 잇따라 출시했다.
풀풀무원샘물은 지난 7월부터 국내 생수 업계 최초로 '네슬레 퓨어 라이프' 생수 제품 라벨에 QR 코드를 부착해 품질 관련 정보를 제공해 차별화를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