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부담으로 5학년 기본…등록금 등 부담 심각
# K대학교 사회학과 박모(27)씨는 내년 2월 졸업 예정자이지만 졸업을 한학기 더 늦췄다. 올 하반기 공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졸업을 유예한 것이다. 졸업 요건인 토익 점수는 일찌감치 확보해두었지만 학교에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학생 신분을 유지했다. 박씨는 "졸업 후 공백이 길어지면 면접 때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채용전제형 인턴십 대상자가 주로 졸업예정자라 학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업 실패에 따른 공백 부담으로 졸업 유예를 택하는 구직자가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는 취업 준비생 46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1.97%가 대학 졸업 유예를 고려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졸업을 연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졸업 전 취업 실패'(56.14%)였다. 이어 '기업 채용 시 기졸업생 기피 현상'(22.81%), '부족한 스펙을 쌓기 위해'(10.53%), '진로 미결정'(5.26%) 등이 거론됐다. C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정모(25)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면 더 불안할 것 같다"며 "요즘 4년 이내에 졸업하는 대학생들이 많지 않다. 휴학과 복수전공, 취업 문제로 대부분 학교를 5년 이상씩 다닌다"고 말했다.
졸업 유예 방법으로는 '졸업 연기 신청'이 50%로 가장 많았다. '이수 학점 덜 채우기'(27.27%), '졸업 어학성적 미충족'(11.36%), '졸업 논문 미제출'(6.82%) 등도 대표적인 졸업 유예 수단이었다. 졸업 연기를 위해 멀쩡히 이수한 과목을 철회하는 경우도 4.55%나 됐다.
대학교마다 졸업 유예 방법이 상이한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는 한학기에 한개 이상의 강의를 의무적으로 신청하도록 권고한다. 이때 수강등록을 위해 등록금을 필수로 납부해야 한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과목당 최소 수강 비용은 '10만~20만원'이 41.86%로 가장 많았다. '30만~50만원'은 27.91%, '20만~30만원'이 20.93% 등으로 적지 않은 돈이 졸업 유예에 지출되고 있었다. 돈을 내고 대학생 신분을 연장하는 셈이다. 응답자의 36.72%는 "졸업 유예를 위한 수강 신청 비용이 비싸다"고 답했다.
커리어 관계자는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면서 원치 않는 추가 학점을 듣는 등 개인적·사회적 비용 소모가 심각하다"며 "정부와 기업이 구직자의 편견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