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출신 사장, 관피아 배제로 경영효율화 추진… '낙하산' 논란, 보험 경험 전무한 점 우려돼
SGI서울보증은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김옥찬(사진·58) 전 KB국민은행 부행장이 선임됐다. 사실상 첫 민간출신인 김 신임 사장은 전임 '관피아' 사장과 달리 방만경영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내실 경영 강화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 KB금융 회장 후보에서 돌연 사퇴하면서 한 달여 전부터 내정설이 돌았고, 선임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이를 어떻게 헤처 나갈 지도 관심 대상이다.
◆사실상 첫 민간출신 첫 사장 탄생
서울보증은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전날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가 내정한 김옥찬 사장 선임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김 사장의 임기는 오는 29일부터 3년이다.
김 사장은 2004년 퇴임한 삼성화재 본부장 출신인 박해춘 전 사장 이후 10년 만에 서울보증의 민간 출신 사장이다.
앞서 대추위는 최종 면접자 후보로 선정된 6명과 7시간이 넘는 면접 끝에 김씨를 단독으로 내정했다.
김 사장은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김욱기 전 서울보증보험 전무 등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후보자 심사과정에서 회사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과 비전 제시를 통해 최고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서울보증 사장은 대부분 관료 출신이었으나 최근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번 인사에 공무원이나 정치인 출신은 제외됐다.
김 사장은 서울대사대부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재무관리본부 본부장, 재무관리그룹 부행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이 물러난 뒤 한 달간 국민은행장 직무대행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7월까지는 신용평가사 피치 고문으로 일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첫 민간출신 사장이 선임돼 관피아로 방만 경영이 만연했던 서울보증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금융권에서 30년간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경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낙하산 논란, 방만경영 등 해결할 문제 '산적'
그러나 김 사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하다.
우선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김 사장은 이달 초 KB금융 회장 유력 후보에 올랐지만 자진 사퇴했다. 30년간 KB에 몸담으면서 회사의 내분을 잠재울 수 있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사퇴하면서 서울보증 사장에 내정됐다는 설에 휩싸였다. 여기에 대추위의 비공개 후보자 선임 절차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와관련 서울보증 노조는 지난 27일 후보 면접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비공개 사장선임 절차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이미 한 달여 전부터 내정설이 있어온 김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어떻게 김 사장이 내정됐는지 대추위가 밝혀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김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서울보증의 과도한 복지와 방만경영도 쉽지 않은 문제다.
서울보증은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파산 직전에 놓였다가 11조9161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으로 회생된 회사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2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보증은 지난해 42억4600만원을 복리후생비로 지출했다.
이는 전체 직원 수 1258명으로 볼 때 1인당 337만5000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조가 넘는 공적자금 부채를 감안할 때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현재 상환해야 할 공적자금도 7조7804억원에 달해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경영 효율화를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30년간 은행업계에 있었지만 보험업계 경험이 없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세월호 사건 등 '관피아' 논란이 정점인 현 상황에서 선임됐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문 문제를 떠안고 출발한 것"이라며 "노조 반발 등 내외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에 몰두하다 보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