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의 수장이 전격 교체됨에 따라 이들 은행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전날 행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주주총회를 열고 박진회 수석부행장(기업금융부문 그룹장)을 차기 행장으로 최종 낙점했다.
SC은행 역시 아제이 칸왈 행장 후임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한국SC은행은 "동북아 총괄본부와 한국SC은행을 분리하고 한국 비즈니스를 이끌 후임 행장은 관련 절차를 거쳐 한국인으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임명됐던 칸왈 행장은 동북아 총괄만 맡게 됐다. 후임 행장으로는 박종복 리테일금융 총괄본부 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SC은행장으로 한국인이 오는 것은 제일은행 인수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며, 씨티은행 역시 14년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게됐다.
◆ SC·씨티銀, 실적악화-구조조정 숙제 산재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지속적인 실적악화와 구조조정 등의 악재에 맞설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저금리와 저상장의 기로에서 수익성 강화와 조직 안정화라는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씨티금융의 경우 지난 2분기 8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핵심 수익성 지표 가운데 하나인 총자산순이익률(ROA)도 지난해 말 기준 0.13%로 시중은행 평균(0.34%)에 못 미쳤다.
당시 씨티은행 측은 "전체 지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56개의 지점 폐쇄를 진행하며, 650여명을 희망퇴직시킨 데 따른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 2011년 382개였던 점포수를 6월 현재 313개로 20%까지 줄였다. 이어 연말까지 20여개의 점포를 더 폐쇄할 계획이다.
이는 소매금융 부문의 실적 부진을 반영한 조치로, 씨티은행을 새롭게 이끌 박 신임 행장은 구조조정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최근 미국 씨티그룹은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매각해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캐피탈사를 매각하면 국내 씨티그룹 계열사는 씨티은행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씨티금융지주와 씨티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합병 인가를 받고 합병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편 박 신임 행장에 대한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풀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다.
지난 27일 씨티은행 노조는 박 행장의 임명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에 들어갔다. 노조 관계자는 "박 내정자는 중견기업 대출을 자신의 관할 아래로 가져와서는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소비자금융을 알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칠 리 없다"고 비판했다.
◆ '소매·기업금융'으로 활로 찾나?
한국SC은행의 후임 행장 인선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행장이 확정되고 나면 한국SC지주와 한국SC은행을 합병하는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한국SC금융은 지주체계 개편 차원에서 한국SC저축은행과 한국SC캐피탈을 일본계 금융사 J트러스트에 매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SC은행은 "한국 금융업계 최대의 외국인 투자자로서 앞으로도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등 한국의 핵심사업 부문을 지속적으로 영위해 나갈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SC은행의 향방을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에 초첨을 둔 것이다. 앞서 SC금융은 올 상반기 3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이 회사의 순익은 2466억원에 달했다.
양 외국계 은행이 소매와 기업 금융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C은행과 씨티은행이 행장을 교체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철수설부터 구조조정문제, 수익악화 문제는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쉽게 바뀌기 어렵다"며 "여타 국내 시중은행들 또한 자신들의 먹거리를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