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염두에 둔 행보를 잇따라 하고 있다. 28일 삼성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인수에 대한 법적 검토를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6월 말까지 보유하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를 삼성생명에 넘기고 확보한 현금 252억원으로 삼성생명·화재 지분을 각각 0.1%씩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이들 기업과 지분 관계가 없지만 삼성생명이 삼성 지배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뤄지는 순환출자다. 즉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면 어지간한 변수가 발생해도 지배구조나 후계 구도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건희 회장에서 제일모직으로 바뀌는 지분 변화가 생기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받는다.
제일모직이 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던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20% 이상 늘리거나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쪼개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0.1%에 불과한 소수 지분일지라도 이를 사들이면 삼성생명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화재의 특수관계인에 오른 뒤에는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때만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
이대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0.1% 지분을 놓고 지배력이나 후계 구도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 부회장의 개인적인 투자로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부회장이 이번에 지분을 취득한 뒤에 추가로 주식을 사들일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전날 삼성그룹 영빈관인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외국 금융회사 대표들과 만찬을 했다. 삼성그룹의 대표 자격으로 중국, 일본의 주요 금융사 사장들을 초청한 것이다.
승지원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생전에 살던 한옥을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선대 회장의 유지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승지원으로 불린다.
이건희 회장은 과거 해외 귀빈을 만날 때 승지원을 주로 이용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을 이곳에서 만났다.
이 회장이 서초사옥에 출근하지 않는 날 집무를 보거나 경영진과 중요한 회의를 했던 장소도 승지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