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7%로 예상했다.
금융연구원은 29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내년에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과 저금리로 내수 성장세가 올해보다 빨라질 것"이라며 "연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3.6∼3.7%)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연의 전망치는 정부(4.0%)와 한국은행(3.9%)에 비해 소폭 낮은 수준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한국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성장률을 내년 2.8%로 제시했다.
박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누증,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민간소비를 제약하고 있지만 안정된 물가, 저금리, 소비 심리 회복 등으로 증가율이 올해(예상치 1.9%)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외국인 직접투자 호조와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영향으로 올해 5.3%에서 내년 7.9%로 확대될 전망이다.
주택경기가 개선되면서 건설투자 증가율은 3.3%에서 4.4%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내년 총수출은 올해 3.5%에서 5.4%로 소폭 확대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려 요인으로는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과 국내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을 꼽았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산업구조 고도화, 중·일 외교관계 악화로 인한 반사이익 소멸 등으로 특히 대중국 수출이 부진할 수 있다"며 "또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국제 금융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경제 심리가 위축돼 성장이 제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의 성장 둔화 우려 등 대외 충격으로 말미암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본유출입 규제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박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와 세계 7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통화정책의 경우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 경기 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금리 인하 여력을 현 시점에서 소진하기보다는 시장 불안이 고조됐을 때를 대비해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