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가 조직안정을 위해 국민은행장과 겸임키로 했다.
29일 KB금융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본사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윤 내정자를 회장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할 것을 공식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내정자는 적절한 시기까지 회장과 국민은행장직을 겸임하는 한편 KB의 재건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게 된다.
윤 내정자는 "조직을 빨리 추슬러서 고객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리딩뱅크로 복귀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며 "경영 승계 부분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겸임하는 것이 낫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겸임 기한에 대해서는 "기초가 잡혀가면 적절한 시기에 분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윤 내정자는 KB금융 명동 본점에 업무 공간을 마련해 본격적인 업무보고를 받게 되며, KB 위상을 회복시켜야 할 막중한 책무도 안게 됐다.
그간 KB가 겪은 일련의 악재로 직원 사기는 물론 고객들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익성 역시 은행권의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다.
우선 KB의 경영 공백을 메우는 일이 급선무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현재 KB지주는 윤웅원 부사장이, 국민은행은 박지우 부행장의 직무대행 체제로만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국민은행은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갈등과 금융당국의 검사, 임직원 제재로 일부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 왔다.
이에 대해 윤 내정자는 "KB 내부에서 (회장 후보가 추천된)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승계 시스템과 안정적인 경영 전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성 회복도 윤 내정자의 당면한 중요 과제다.
앞서 국민은행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올 상반기 순이익은 5462억원에 불과해 우리은행(5267억원)과 더불어 순익이 주요 은행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윤 내정자는 이같은 점을 고려 연말에 실적을 보고 성과와 역량 위주의 인사를 단행할 방침을 밝혔다.
특히 그는 인사청탁을 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윤 내정자는 "지금까지 어떤 연고로 KB에 왔는지를 묻지 않고 인사를 성과와 역량 위주로 하겠다"며 "상징적 의미로 전임 회장께서 뽑으신 비서진과 운전기사도 정기인사까지 그대로 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에 쓸데없이 눈 돌리지 말고 성과와 역량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청탁이 들어올 경우 반드시 수첩에 기록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가장 효율적인 조직 구조와 인사를 어떻게 할지를 연말까지 고민해 전략방향과 추진과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과의 원만한 관계 회복도 절실한 시점이다. LIG손해보험 인수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윤 내정자는 "인수 후 통합작업 등을 이른 시일 내에 실행할 수 있다는 역량을 잘 설명해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사회의 책임론과 퇴진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영진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 역시 거취 문제에 대해 "KB금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윤 내정자는 오는 11월 21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회장으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