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조기통합에 결사반대를 외치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비친데다 양 은행의 합병계약 체결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사퇴 등이 통합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역시 이달 중 금융위원회에 통합승인신청서를 제출해 내년 초 통합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 김종준 하나은행장 퇴임…통합 은행장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하나은행장은 이날 퇴임식을 갖고 은행장직에서 물러났다. 임기 4개월을 앞두고서다.
김 행장의 퇴임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절차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를 원할하게 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금융위에 통합승인을 받는 것으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김 행장은 지난 8월말 "통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치겠다"며 "양행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바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열린 하나·외환은행 이사회에서 자진 사의를 표명한 그는 "양행의 통합 이사회 개최 시점에 맞춰서 조직의 발전과 성공적이고 원활한 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며 "앞으로 임직원이 힘을 합쳐 통합은행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최고은행,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행장의 사의로 이제 금융권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행장 선임 등 앞으로의 향방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우선 하나은행은 통합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신임 행장을 뽑지 않고 선임 부행장인 김병호 부행장이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게된다.
하지만 이는 하나·외환은행 통합 시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통합 행장직에 선임하기 위한 수순으로도 보인다. 물론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업계에서는 김 외환은행장이 통합은행장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지난 3월 취임한 김 외환은행장은 임기가 2016년까지 남아 있는데다 32년간 외환은행에서 일한 경력 등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초대 행장에 대해 누가 된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일단 노조와의 원할한 대화를 통해 통합을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노조 협상·금융위 승인 등 숙제 많지만 불확실성 제거
실제 하나금융에 있어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상은 아직 남은 숙제다. 사측과의 대화는 찬성하지만 조기통합에는 여전히 반대표를 던지고 있는 것.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27일 사측이 조합원 900명에 대한 징계안을 38명 징계로 대폭 축소하자 조기통합 관련 노사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다만 "조기통합 반대와 2·17 합의 준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합의를 뛰어넘는 조건과 요구도 머리를 맞대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통합쪽으로 대세가 기울었다는 시각도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양 은행이 통합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완료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은행권의 수익악화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감소한 294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두 은행 이사회 또한 "잠재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그룹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공적인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통합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합병 발표로 한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다만 앞으로 통합과 관련한 비용에 대해선 추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성장과 이에 대한 전략을 짜는 등 합병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합병에 따른 존속법인은 (주)한국외환은행으로 정해졌다. 다만, 공식적인 통합 은행의 명칭은 통합추진위원회가 결정할 예정이다. 합병 비율은 하나은행의 보통주 1주당 외환은행의 보통주 2.97주며 합병기일은 내년 2월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