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조치후 달러 강세…10월 전달보다 6억8천만달러 줄어
증가추세를 보이던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석달 연속 감소하고 있어서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3637억2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6억8000만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3개월 이상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4∼11월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다가 올해 8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은 측은 "미국 달러화의 강세로 보유 외화자산 가운데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달러화 환산 가치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결정하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유럽·일본의 통화가치는 떨어졌다.
10월 중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0.7%, 파운드화 가치는 1.5% 각각 하락했다. 엔화 가치는 0.1% 떨어졌다. 이들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자 달러화로 표시하는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8개월 연속 외환보유액이 줄었을 때는 자금 유출이 실제로 일어났지만, 지금은 달러화 환산 과정에서 보유액이 준 것으로 집계됐을 뿐이고 감소폭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 강(强)달러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달러의 강세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달러화 가치가 이미 주요 통화에 대해 수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지만, 투자자들은 경제 펀더멘털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고려해 추가적인 달러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프리 유 UBS 선임 외환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면서 "달러는 여전히 싸고, 달러 가치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자산 유형별로 보면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의 91.3%를 차지하는 국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321억8000만달러로 전월보다 5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예치금(5.8%)은 211억8000만달러로 5000만달러 줄었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다. 9월말 기준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7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