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3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4 국제전기통신엽합(ITU) 전권회의'가 7일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번 전권회의는 외형이나 실리 양 측면 모두에서 큰 성과를 거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1994년 일본에 이어 아태지역에서 20년만에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됐다 점에서 의미를 지녔다. 그야말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외교 강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특히 이재섭 카이스트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ITU 5대 고위선출직 중 하나인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된 것은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표준화총국장은 ICT 관련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한국인이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됨에 따라 한국이 ICT 세계표준을 주도하고 글로벌 ICT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ITU 이사국 선거에서 우리나라는 유효표 167표 중 총 140표를 획득하며, 13개국의 이사국을 뽑는 아태지역에서 중국에 이어 2위로 당선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89년 ITU 이사국에 처음 선출된 이후 7선에 성공했다.
전권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의 실행 계획 수립이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번 7선 이사국 피선은 세계 ICT 정책을 주도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전권회의 개최국으로서 글로벌 ICT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자 신규 발굴해 제안한 '한국 주도 의제'가 결의로 채택된 것도 이번 전권회의의 괄목할만한 성과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사물인터넷(IoT)'과 'ICT 응용'은 ICT 분야의 미래 핵심 비전과 과제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세계 각국과 공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발굴한 의제다. 앞서 지난 8월 아태지역 준비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어 공동결의(ACP)로 전권회의에 제출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제안한 '커넥트(Connect) 2020 비전'은 ICT 장관회의 결과물인 '부산선언문'과 'ITU 전략계획'을 결합한 신규결의로, ITU 최초로 ICT 미래 비전을 구체적인 목표 형식으로 규정해 결의로 채택한 것이다. ITU 사무국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Connect 2020' 아젠다를 최종 결의로 채택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의제 주도 영향력을 높이고 향상된 ICT 외교 역량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 우리나라는 이번 ITU 전권회의에서 'ICT 전시회'와 '컨퍼런스', 다양한 문화행사 등 특별행사를 함께 개최했다. 이를 통해 ICT 발전의 현주소와 도전적 이슈, 미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참가국 대표들이 직간접적으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다양한 특별행사를 전략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우리 ICT 기업 및 제품의 해외진출 증대, 국가 이미지 제고 및 개최도시인 부산 홍보 등의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ITU 전권회의는 3주간 행사를 통해 직접 생산유발효과만 고려해도 1300억원 이상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 3000명 이상이 참가한 점을 고려할 때 관광 증가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ICT 강국 브랜드 홍보효과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